대한의사협회가 7월1일 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감행하려다 국민반발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다. 의협과 외과·안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 등 4개과 개원의사회 회장들이 엊그제(12일) 모여 백내장·편도·맹장·탈장·치질·자궁수술과 제왕절개분만 수술을 거부하기로 했다. 그러자 환자를 볼모로 삼아 집단이익을 관철시키는 행태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제왕절개 수술은 집단행동의 수단으로 부적절하다며 수술거부를 거부하고 나섰다. 사태가 불리하게 흐르자 의협측은 "방향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한 걸음 물러섰다.
공익을 담보로 집단이익을 챙기는 풍토가 일상화된 것이 우리 사회이다. 일전에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보육료 인상을 요구하며 집단휴원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들은 정부의 어린이집 규제에 반발해 여차하면 또 다시 집단 휴원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대체제가 없는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집단이익의 추구는 상식적,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국민의 직접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고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들 마저 수술거부라는 비상식적 수단을 들고 나왔으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포괄수가제는 질병군별로 진료수가를 정찰제로 정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환자의 개인부담이 평균 21% 줄고, 진료수가의 인상으로 의료기관들 역시 98억원의 수익증대가 예상된다고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것이다. 반면 의협측은 포괄수가제가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협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 혜택의 공공성, 대중성을 생각하면 포괄수가제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은 게 사실이다. 특히 의료 과소비가 만연한 상태에서 포괄수가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충고는 귀 기울일 대목이다.
문제는 문제해결의 방식이다. 의협은 자신들의 주장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면 그 수단도 그 기준에 따라야 한다. 대뜸 수술거부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면 그들의 진의와 상관없이 비난 여론의 한 복판에 갇히는 것은 물론, 의료계 전체에 대한 국민불신을 키울 것이다. 의협은 지금이라도 수술거부 결정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
툭하면 국민을 볼모로 잡는 악질 이기주의
입력 2012-06-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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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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