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인식도 조사와 공개토론회,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등 민의 수렴과 입법 과정을 거쳐 지난 2010년 ▲인사청탁금지 ▲이권개입금지 ▲직무와 관련된 위원회 활동제한 ▲예산의 목적외 사용금지 ▲성희롱 금지 등 15개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규정했었다. 그러나 전국 16개 광역시·도의회 의장들이 지방의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한 이 행동강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행동강령을 뒷받침하는 조례 제정을 거부한 것이다. 도대체 제정신들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나서기 전 스스로 했어야 할 일인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지방의회가 조례를 제정하지 않으면 지방의원 행동강령의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2010년 세계부패 바로미터가 발표한 우리나라 분야별 부패인식도를 보면 5점 만점에 정당과 의회가 4점으로 가장 부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 역시 5.4점으로 OECD 30개국 중 22위를 차지했는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특권층 비리 등이 가장 높게 나왔다. 의회와 정당의 부패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사실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은 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행동강령을 제정, 운영하는 등 주민신뢰 회복을 위해 스스로 자정노력을 했어야 했다. 지방의회가 어설픈 윤리강령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니 정부가 나선 것이다. 현재 지방의회는 자체적으로 '지방의회 의원윤리강령'을 조례로 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추상적, 선언적 규정으로 행위 기준이 모호해 의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들의 60% 이상이 '지방의회 무용론'을 들고 나온 것도 지방의원들의 비리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자체적 윤리규범이 있는데 별도의 대통령령으로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은 지방의원에 대한 이중규제이며 지방자치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비웃듯 의원이 위원회 등을 통해 집행부의 정책 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왔다. 이로 인해 지방의원의 각종 이권 개입이 용이해졌고 실제로 수많은 비리가 발생했다. 일부 지방의원들의 저질행동은 의회의 수준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방자치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주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