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지방선거의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적잖은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이 합세하면서 가공할 만한 의제가 됐다. 이후 정치권은 무상급식 확대에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등 헤아릴 수 없는 '공짜' 보태기에 나서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다. 복지전쟁은 지난 총선에서 절정을 맞는다. 총선을 목전에 둔 작년 12월 31일 국회는 0~2세 보육비 지원을 '소득 하위 70%까지'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한 예산을 전격 통과시켰다. 서울(지자체 80%, 정부 20%)을 제외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보육비를 절반씩 분담하는 내용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는 당연히 반발했다. 그 결과 보육비를 지급하지 못할 '보육대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는 올 8월부터 보육료 지급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경기·인천·부산·광주·경북·충남북·강원 등 다른 지자체들도 8~9월부터 연말까지 보육료 재원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다. 만 0~2세의 무상보육 예산 부족 사태는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는 재정 상황을 감안해 올해 만 5세아 무상보육을 하고 2013년 3~4세, 2014년 0~2세 등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표심만 노린 국회는 지난해 섣달 그믐날 0~2세 무상보육을 전격 결정했다. 정부나 지자체와 협의도 없었다. 소득·맞벌이 여부에 관계없이 기본 보육료를 퍼주다 보니 급기야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기저귀 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에 이른다. 앞에서 생색낸 건 의원들이었고, 정부와 지자체는 떠넘겨진 설거지 하려다 시작 반 년도 못 돼 중단위기를 맞았다.
지난 4·11 총선의 복지공약은 더욱 가관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총선 때 내세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5년간 각각 281조원과 572조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용이 국민에게 전가될 경우 1인당 부담액은 매년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350만원까지 추가로 늘어날 것이란다.
# 선심성 공약은 비단 국회의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은 이후부터 우리는 무리한 공약실현을 위한 전시행정을 숱하게 경험해 왔다. 수장의 지시를 안 따를 수 없는 공무원들의 '될 대로 되라. 내 탓 아니니까' 식의 '네 탓 행정'도 만연됐다. 당장 인천이 그렇다. 작년 인천시의 재정자립도는 65.8%. 전국 지자체 중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공무원 월급 연체가 벌어지고 있다. 무리한 사업추진 때문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세계도시축전, 월미도 은하레일 사업,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 도시철도 조기시행 등 전시행정을 벌이다 빚더미에 올랐다. 용인,대구, 부산 등 다른 지자체도 다를 바 없다.
# 이제 또다시 선거다. 여야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중이지만 어찌 됐든 후보는 선출될 테고, 이후가 문제다. '퍼주기' 경쟁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리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도 뻔하다. 나름 민도가 높다는 유권자들이 나라살림 거덜날 걱정일랑 뒤로 하고 나에게 유리한 황당한 공약에 열광하지 말란 법 없다. 그리스 등 복지에 올인했던 남유럽의 위기가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타산지석 삼지 못한다면 이처럼 우매하고 억울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한번 시작된 '돈의 맛'은 결코 멈출 수 없다. 공짜술 한잔 먹으러 십리가고, 공짜라면 양잿물도 들이키려 하는 한 대한민국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