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大中대통령은 15일 브루나이에서 일정중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미·일·중·러 4강국 정상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APEC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했고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와 간담회를 갖는 강행군을 했다. 한국 외교역사상 4강국과 하룻동안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金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참석 21개국 정상중 8개국과 개별 양자회담을 가져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한 대통령이 됐다.
 ○…金대통령은 이날 오전11시(한국시간) 숙소인 쉐라톤호텔 멘차이나홀에서 모리 요시로 일본총리와 약 45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주로 대북 정책에 관해 의견을 조율했다. 모리 총리는 “최근 북에 쌀 50만t을 제공키로 한 것은 대통령의 조언을 바탕으로 북과의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식량 제공은 (모리총리의) 큰 용단이며 이것이 북·일은 물론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줄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모리총리는 북·일 교섭과 관련, “일본의 대북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일·북간에 이견이 있어 큰 성과가 없었다”고 설명하자 金대통령은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뒤로 하는 듯한 인상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것”이라면서 “인내심을 갖고 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金대통령은 이어 오키드 가든 호텔에서 장쩌민중국국가주석과 약40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역시 남북관계를 주요 화제로 올렸다. 金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준 중국 정부의 성의 넘치는 협력과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장주석은 “올들어 남북관계가 정상회담을 비롯해 진전되고 있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중국의 기본정책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주석은 이어 “북한의 APEC 가입을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을 중국은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브루나이 영빈관 아사라에서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한·러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무역규모를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경원선 복원에 따른 TSR(시베리아횡단철도)과의 연계 문제 및 나홋카 공단 건설,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오오츠크해 명태잡이 등에서 양국이 협력키로 했다. 이날 회담에서 푸틴대통령은 金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대해 “내년봄 적절한 시기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金대통령에게도 러시아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金대통령은 저녁에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으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고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간의 이날 회담은 개별회담으로는 6번째이며 지난해 APEC 정상회의때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까지 합치면 7번째 만남이다.
 金대통령은 회담에서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이 일본에 뒤질 것이라는 항간의 예측을 뒤엎고 지식기반 경제를 일으켜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번영을 이끌어 다시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 지위를 다진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金대통령은 “트루먼대통령이 한국의 공산화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킨 미국대통령이었다면 클린턴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실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대통령”이라고 극찬했다. 이에대해 클린턴대통령도 “만약 金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과 결단이 없었더라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재임중 金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할 수 있었던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金대통령은 이날 오후 반다르 세리 베가완 국제회의장(ICC)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개막식 참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APEC 다자 정상외교 활동을 펼쳤다. 金대통령은 이날 회의장 로열 라운지에서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국왕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한뒤 통역만 대동한 채 각국 정상과 환담을 나누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받았다.
 金대통령은 설명회가 끝난 뒤 ICC 메인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APEC 기업자문위원회 회의(ABAC) 간담회에 참석, '신경제와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제2부 주식시장(코스닥)의 역할제고 방안'에 관해 연설을 하고 한국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소개했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브루나이)=金銀煥특파원·e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