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치명적인 운항관리 실수를 저질렀다. 장거리 안전비행이 불가능한 비행기로 여객을 수송한 것이다. 항공사고는 그 속성상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치명적 재난을 피할 수 없다. 항공기 제작사들이 이중삼중의 첨단 안전시스템을 장착하는 것이나, 항공사와 항공관련 국제기구가 중복·교차 확인을 기본으로 하는 항공기 운항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TOPS(쌍발 비행기에 의한 장거리 운항) 인증은 항공기 운항관리의 핵심 요소이다. 태평양 횡단과 같은 장거리 비행에 투입되는 여객기는 엔진 하나가 고장나도 나머지 엔진으로 안전한 착륙장소까지 운항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ETOPS 인증이 그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ETOPS 인증 항공기만 운항할 수 있는 김해~사이판 노선에 비인증 항공기를 8차례나 띄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을 자체적으로 인지해 국토해양부에 자진신고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아시아나의 신고를 받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운항 규정의 핵심인 ETOPS 인증 확인을 누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ETOPS 인증은 항공사의 여객기 운항계획 입안단계에서부터 운항전 정비사, 부기장·기장 등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장거리 운항 여객기에 미인증 항공기를 투입하는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이중삼중의 확인 절차를 둔 것이다. 그런데도 8차례나 미인증 비행기로 태평양을 횡단해 사이판까지 여객을 나르는 일이 가능했던 것인지 의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의 강력한 징계 방침에 대해 "단순실수이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가 "후진국 항공사들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대로 경인일보가 접촉한 항공전문가들도 단순실수라는 주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국토부는 징계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운항관리 부실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운항관리 체계상 한 번의 실수래도 이상한데 8번이나 반복됐으니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의심을 갖는게 합당하다. 또 이번 기회에 국내 모든 항공사에 대해서도 같은 사안이 있는지 철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 바란다. 앞서 말한대로 항공사고의 치명적 속성상 항공기 안전운항관리체계에 대한 점검과 확인은 인력을 핑계로 게을리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