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사는 최모(29·여)씨는 20일 오후 1시께 대형 마트에서 장을 한가득 보고 택시를 잡으려다 당황했다. 평소 마트 앞에 끝없이 줄 서 있던 택시들이 단 한 대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 뒤늦게 택시 파업 사실을 알게 된 최씨는 어쩔 수 없이 퀵서비스를 불러 짐을 옮긴 후 집까지 걸어왔다.

갓난 딸과 함께 병원에 가려던 김모(33·여)씨도 택시를 타지 못해 콜밴을 불렀지만 이마저도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날씨도 더운데다 아이가 어려 버스를 탈 수 없었다"며 "하루종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전국 택시가 요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20일. 출퇴근길 교통대란은 없었지만 시민들이 곳곳에서 불편을 겪었다. 반면 퀵서비스와 콜밴 업계는 반짝 특수효과를 누렸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전국 택시 파업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9시까지는 도내 3만6천여대의 택시 중 673대(파주 593대, 구리 20대, 고양 10대 등)가 운행을 했으나, 오후 2시를 기해 이마저도 중단, 도내 거의 대부분의 택시가 멈춰섰다.

이로 인해 택시를 이용하려던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도내 택시 정류장은 하루종일 텅텅 비어 있었고, 파업 소식을 모른 채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콜밴이나 퀵서비스는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수원의 한 콜밴 업체 직원은 "평소보다 손님이 2배 이상 늘어 정신없이 바빴다"며 "특히 오전에 택시 운행 중단 사실을 미처 몰랐던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고 전했다.

택시기사와 승강이를 벌이다 폭행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2시20분께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한 길가에서 신모(52)씨가 택시 파업으로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기사와 승강이를 벌이다 이를 말리던 A씨와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이 오갔다. 또 같은날 낮 12시35분께 팔달구의 한 길가에서는 택시에서 내리던 서모(33)씨가 이 택시를 타려던 최모(35)씨 등 2명에게 "택시 파업해서 잘 안잡히죠?"라고 했다가 말다툼으로 이어져 서로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최씨 일행은 경찰 조사에서 "그러잖아도 택시를 오래 기다렸는데 비꼬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한편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 택시 업계는 이날 자정을 기해 파업을 해제했다.

/김혜민·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