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에서 열린 제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16일 오후 장문(37개항목)의 정상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정상선언문의 핵심은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를 2001년에 출범시키는 것을 명시한 점이다. 우루과이라운드의 뒤를 잇게 될 WTO 뉴라운드는 급변하는 세계무역 환경속에서 농산물과 서비스, 공산품 등을 비롯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전세계 교역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金大中대통령은 뉴라운드의 의제를 '광범위한 분야'로 지향해 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金대통령은 APEC정상회의에서 모두 3대과제, 7개 협력사업을 제시해 정상선언문에 반영시켰다. 개별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APEC 정상회의에서도 '입김'을 발휘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역량을 높였다는 평가다.
 또 전세계적으로 정보화가 급속히 추진되는 상황에서 선진·개도국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 정보화 격차(digital divide) 해소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해 정상들의 호응을 받았다. 여기에 헤지펀드 모니터링 채널 설치를 제안해 정상선언문에 반영시켰다.
 특히 북한을 우선 APEC의 실무작업반에 초빙국가 자격으로 참여시킨뒤 장차 적절한 시기에 회원국으로 가입시키자는 제안을 해 '초빙국가로 참여토록 하자'는 의장성명을 이끌어냈다. 물론 2007년까지 신규 회원국 가입을 동결한 97년 밴쿠버 정상회의 결정으로 북한의 APEC 회원국 가입은 당분간 어려운 실정이지만 APEC 실무작업반 활동에 초빙회원 자격으로의 참여는 가능하다는 것이 외교 당국자들의 관측이다. 정상회의 의장이 '정상선언에 관한 발표문'에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APEC 차원의 지지 입장을 포함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金대통령은 미·일·중·러 등 주변 4강국 정상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우리측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4강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주변 4강국의 지지와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는 金대통령의 평소 생각에 따라 추진됐다.
 특히 내년 1월 퇴임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의 사실상 고별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간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재확인했으며 클린턴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질 경우 환영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방북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金대통령의 '세일즈외교'는 단연 눈에 띄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중 8개국과 양자회담을 통해 경제협력 등을 다졌다. 먼저 브루나이 방문 첫날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현대건설의 미수금 3천800만달러에 대한 상환을 촉구했고, 결국 볼키아 국왕의 '조기지급' 지시를 얻어내기도 했다. 또 칠레와는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으며 멕시코 등 3개국과는 자유무역 협정을 조기에 체결키로 합의했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브루나이)=/金銀煥특파원·e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