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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 다방에서 탈북여성들이 남성 2명과 짝을지어 모텔까지 동행해 성매매에 나서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하나원을 퇴소하고 용인지역 일대에 거주하는 탈북여성들 대다수가 티켓다방 등에서 일하거나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임대 아파트 한채와 지원금 까지 받았지만 홀로 남한에서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다. 이들이 북한에서 탈출할때부터 매춘을 목적으로 온것은 아니다. 단지 생활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탈북여성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북에 있는 가족에게도 생활비를 송금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감으로 티켓다방 등을 전전하고 있다. /김종택기자
지난 21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우체국 부근. 시골 장날을 맞아 동네 주민들로 북적이는 이곳에 짧은 치마를 입고 보온병 등이 들어있는 보자기를 들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적잖은 숫자의 탈북 여성들이 커피배달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선 경인일보 취재진은 직감적으로 한 여성의 뒤를 쫓아 A다방에 직접 들어갔다.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회전하고 있는 구형 선풍기 앞에 서 있던 한 종업원이 "오빠, 이리 앉으시라요"라며 자리를 안내했다.

말투와 억양이 남다른 이 여성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탈북자'로 이곳에서 일한 지 1년 정도 됐다고 한다.

자신을 '미숙'(29·가명)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자리에 앉자마자 "어제는 아침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셔 몸이 많이 힘듬다. 그래도 돈 벌라면 어쩌겠슴까"라며 밤에는 유흥주점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보통 이 동네(백암) 아저씨들이 많이 오는데 요즘은 외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옴다. 우리 만나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슴다"라며 자랑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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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다방에서 일하는 탈북여성은 모두 5명. 이들과 북한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다른 한 여성이 갑작스레 화제를 돌렸다.

그는 "티켓은 시간당 2만원이고, 노래방에 가든 술을 먹든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도 된다"고 제안했다.

또 "2차(성매매)는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따로 돈을 받는다"며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다방에서 나간 뒤 중년의 손님들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눴던 탈북여성 2명과 인근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다방 옆 상점 주인(68)은 "언제부턴지 탈북 여자들이 꽤나 많이 이 동네로 왔어. 대부분 티켓다방에서 일하는데 생활력이 원체 강해. 어쩌겠나, 지들도 다 사정이 있어 저런 일 하나 보다 하면서 안쓰럽게 생각하지"라면서도 "하지만 쉽게 돈 벌려고 저러나 보다 할 때는 씁쓸하기도 하지"라며 혀를 찼다.

백암면 일대에 위치한 다방은 모두 20여곳. 이 가운데 성매매와 연결된 '티켓다방'은 4곳으로 알려졌다.

/조영상·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