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인근 모텔에서 성매매를 한 탈북여성들이 차량에서 내려 손님과 헤어지고 있다. /김종택기자

용인지역 일대에 탈북여성들이 세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들 대다수가 티켓다방 등에서 일하거나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선 취재진은 티켓다방 여성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사연과 현실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남한땅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현실, 북의 가족들이나 탈북과정에서 진 빚을 갚아야 하는 사정, 쉽게 큰돈을 벌려고 하는 요즘 젊은 여성들의 세태가 혼합돼 탈북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 탈북 여성들, 그들은 왜…

탈북여성 '미숙'(가명)씨는 5년 전 북한을 탈출했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이라는 이 여성은 2년 전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그녀는 "하나원에서 퇴소하고 1년 정도 직장에 다녔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너무나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세월을 털어놨다.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임대아파트 한 채와 지원금까지 받았지만 홀로 남한에 온 그녀가 혼자 살아가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식당과 목욕탕, 마사지숍 등을 떠돌며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돈을 모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결국 같은 고향 출신의 '언니'들과 연락이 닿았고, 그들과 함께 시골 마을인 '백암면'까지 오게 됐다. 그녀는 북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연방 닦아냈다.

용인시 신갈동에 있는 티켓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한 탈북여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달에 수백만원을 번다는 그녀는 티켓다방은 물론 단란주점에서 '도우미' 일도 하고 있다. 그녀는 '하나원'을 퇴소하면서 고리대금업자에게 큰 돈을 빌렸고 몇 년에 걸쳐 갚아 나가고 있다. 북에 있는 가족에게도 송금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적응은 안 되고, 현실은 벅차고…

취재진이 만난 탈북여성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북한에 관한 대화를 좋아했다. "내가 북한에서는 잘나갔슴다"라며 자랑하는 여성부터 "북한에서 무용 좀 했슴네다"라고 말하는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쌓아 온 그녀들의 경력은 이곳 새로운 땅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막상 한국 땅을 밟았지만 정작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용인시의 한 탈북자 상담사는 "탈북여성들의 초기 정착이 아무 준비없이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적 괴리감부터 시작해 남한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대부분 가족을 북에 둔 채 홀로 정착하면서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욕구만 강해지기 때문이란 것이다.

상담사는 "이들이 북한에서 탈출할 때부터 매춘을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생활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탈북여성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북에 있는 가족에게도 생활비를 송금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티켓다방 등을 전전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 늘어나는 탈북자 성매매

현재 탈북여성들이 티켓다방 형식으로 성매매 영업을 일삼는 곳은 용인시 수지구청 인근을 비롯해 구도심지, 신갈, 백암 등지로 파악되고 있다.

수십개의 티켓다방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지구청 인근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여전히 일부 조선족을 중심으로 성업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암면사무소 관계자들 역시 상황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단속권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용인동부서 경찰 관계자는 "인근 파출소 등을 통해 몇 차례 단속이 이뤄졌지만 그때뿐인 경우가 많다"며 "풍속사범에 관한 형사처벌 자체가 거의 벌금 선에서 끝나기 때문에 처벌이 강화되지 않는 한 불법 영업을 완전히 뿌리뽑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 "단속을 벌이면 인근 다방이나 노래방 업주들이 '굶어 죽는다'며 거세게 항의해 단속을 자주 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조영상·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