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왕표 / 인천본사 정치부장
인천시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함께 나섰다. 인천의 155개 단체는 지난달 28일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시민 200만명 서명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155개 단체에는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여성, 종교, 문화예술, 노동, 경제단체 등이 총망라돼 있다. 범시민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 고문단과 운영위원단에는 지역 원로들은 물론 각 분야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포진해 있다. 굴업도 핵폐기장과 인천대교 주경간폭을 놓고 정부와 대립했을 때 인천시민들이 힘을 모았던 상황을 뛰어넘을 정도다.

그만큼 인천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경기장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비를 인천시가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지역 건설업체들이 가압류를 당해 어려움에 처하는가 하면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주간사인 1군업체들이 공사에 참여한 지역 건설업체들에 공사비를 못받고 진행된 공기에 따라 참여지분에 맞춰 공사비를 부담할 것을 요구하다 돈을 내지 못하자 가압류를 해 버린 것이다. 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일손을 놓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할 수 있어 안도했던 건설업체들이 오히려 부도위기에 내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0여년째 지속시켜 오며 자리를 잡은 투자유치박람회 등도 2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시가 지원하는 사업들이 예산 삭감으로 아예 진행되지 못하거나 궁색하게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시의회 추경예산안 심의에서는 대학생 하계아르바이트예산과 보훈가족 보상 등 민생사업까지 삭감됐다 예결특위에서 간신히 되살아나기도 했다. 인천시의 재정위기의 피해가 고스란히 민간부문으로 전이돼 인천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불가피한 민생예산까지 삭감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황은 더욱 어려움으로 치닫고 있다. 부동산 경기하강으로 세수가 줄고, 누적된 부채 상환까지 겹쳐 올 연말까지 인천시는 1조2천억원을 마련해야 위기를 면할 수 있다. 인천시민사회를 나서게 한 이유다. 범시민협의회는 8월초까지 200만명 서명을 받아 정부에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예산지원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예산지원에 대한 답변이 8월말까지 없을 경우 인천아시안게임을 포기하겠다는 게 인천시민들의 입장이다. 반납이 아니라 불가피한 포기다.

범시민협의회는 인천아시안게임 예산지원을 현재 30%선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수준인 75%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유치과정에서 정부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 지급보증을 서 준 만큼 재정위기에 몰린 인천시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도시철도2호선과 관련해서도, 부산시가 재정위기에 몰리자 도시철도 건설비와 운영적자 1조8천억원을 정부가 지원했던 선례에 준해 인천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행정안전부는 재정위기단체 심사에서 인천시의 재정난 해소대책의 성실한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아직은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회 개원협상에서는 인천시가 요구해온 국제경기지원특위와 지방재정대책특위 설치를 여야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인천시가 재정위기를 넘기기 위해 올 연말까지 1조2천억원을 마련하려면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지원을 약속받더라도 예산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이 그래서 8월말까지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와 시민들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공무원 수당 삭감, 출연기관 예산삭감, 사업구조조정, 도시철도 2호선 사업기간 2년연장은 물론 인천터미널과 송도 6·8공구 등 알짜 자산까지 매각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행안부도 이같은 재정건전화대책의 내실을 인정해 '심각등급' 지정을 하지 않았지 않은가.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아시안게임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예산지원에 대해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