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축한 개의 혈관에 물을 직접 주입하는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위생 관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고기를 납품받으려 줄을 선 유통·판매업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물먹인 소, 물먹인 돼지 등은 언론보도를 통해 지적된 적이 있으나 도축 및 유통 자체의 근거법이 없는 개고기의 경우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 '비위생적 도살장'

이날 새벽 취재진이 찾은 고양시의 한 야산에 위치한 G축산 건물은 폭우로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불법 도축이 이뤄지는 불법 현장 목격을 위해 폭우속에서 숨죽이며 기다렸다. G축산은 조립식 건물 한 채와 비닐하우스 한 동만이 덩그러니 위치했다. 건물 안쪽에는 수십마리의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깜깜한 날씨에 폭우로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지난 6일 새벽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야산에서 인부들이 불법 개 도축 작업을 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조금씩 날이 밝아지자 G축산내 건물의 '뻥' 뚫려 있는 창문 안쪽으로 일하는 남자 서너명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취재진은 이들이 있는 도축장 약 30m 앞에서 이들의 불법 도축 장면 모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한 남성이 날이 시퍼런 칼을 들고 나타났다. 이어 앞치마를 두른채 입에는 담배를 문 또다른 남성도 도구를 들고 나타났고 이 남성은 전기충격기를 이용해 개 한마리를 도살했다. 이후 강한 불로 10여분간 그슬린 뒤 원형 회전기계를 이용해 털을 제거한 뒤 도축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2명에 의해 이뤄졌다. 한 명이 고기를 부위별로 절단하면 다른 한 명은 살점을 도려내는 식이었다. 도축하는데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작업 과정에서 수상한 모습이 목격됐다. 초기 작업중 호스를 개의 몸에 꽂아 뭔가를 주입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관찰만으로는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취재진은 도살이 이뤄지는 건물 내부로 직접 들어갔다.

▲ 도축된 개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 개 혈관에 꽂아 물을 주입한 고압호수. /하태황기자

■ "물 주입은 공공연한 일"

건물안에 들어서자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 곳곳에서 도살 흔적이 발견됐다. 창문 밖에서 목격됐던 고압호스는 확인 결과 지하수와 연결돼 있었으며 손잡이 부분은 얇은 관으로 돼있어 밸브를 열면 강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물을 넣고 있다"는 A씨의 발뺌과 달리 G축산 업주 B씨는 "개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 몸속 혈관에 물을 집어 넣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곳에서 도축되는 개는 하루 5~6마리. 요즘 같이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보신탕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수요가 급증해 하루 10마리까지도 잡는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이렇게 물을 주입할 경우 마리당 1.5~2㎏가량 무게를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개고기가 600g당 5천500원씩 시중에 공급되는 점으로 비춰볼 때, 물 주입으로 마리당 1만5천원에서 2만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하게 된다. 하루 5마리를 유통시킬 경우 이들은 7만5천원에서 10만원 정도의 추가 수입을 얻게 되는 셈이다. B씨는 "개가 날씨가 덥거나 환경이 바뀌면 잘 먹지도 않고 그러다보면 몸무게가 줄어든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 주입은 어느 개 도축장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영·조영상·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