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행보를 보고 있는 경기도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경선에 참여하자니 들러리 같고, 불참하자니 새누리당 경선 흥행에 재를 뿌렸다고 비난이 쏟아질 것 같고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 애처롭게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우유부단한 김 지사의 행보를 보면서 다음부터 도지사는 정치인을 뽑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도민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대권에 대한 야심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은 아예 도지사 자리를 넘보지 말아야 한다고 흥분하는 이들도 있다. 도정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권력욕에 급급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이제는 보기 싫은 것이다. 이인제 손학규도 모두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던 사람들이다. 모두 학습효과의 힘일 것이다.
김 지사는 주례회의도 보류하고 도정결재도 미룬 채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위대한 결단을 내리기 위해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불행하게도 그 칩거를 위대한 결단이라고 생각하는 도민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 경기도정은 삐거덕거리고 있다.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에 지난해는 도 예산의 10%가 불용처리되는 등 도의 사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김 지사가 대권도전을 선언할 때 우리는 이미 도정마비를 우려했다.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옳은 일이라면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김 지사의 본래 모습이었다. 젊은 시절 독재와 당당히 맞서 싸우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김 지사에게 '머뭇거림'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늘 강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 김 지사는 실리도 명분도 심지어 도민들의 마음까지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놓였다. 김 지사에게 지금이 정치적으로 가장 혹독한 시련의 순간일 것이다. 함께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재오 정몽준이 불참을 선언할 때 김 지사 역시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그런데 시기를 놓쳤고 그 부담을 모두 김 지사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대선에서 경기도 유권자의 수는 무려 950만명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김 지사는 그들의 마음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흐트러진 도정을 다시 추스르고 도민들의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다. 민심이 떠나면 모든 걸 잃는다. 민심만 떠나지 않는다면 기회는 또 있지 않은가.
명분 실리 민심까지 잃은 김문수
입력 2012-07-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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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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