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대 물가의 주범이던 전세가격이 지난달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고 40개월째 올라 최장 상승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아파트 전세금은 40% 가까이 치솟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3.5배나 됐다.
다행히 지금은 상승세가 확 꺾여 안정세로 접어든 상태다.
16일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전국의 주택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로 2009년 3월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매달 상승했다.
전월보다 적게는 0.1%에서 많게는 1.7%까지 올랐다.
이 조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최장기간 상승 흐름이다.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오름세 직전인 2009년 2월 83.3에서 지난달 106.8로 뛰었다. 이 기간 상승률은 28.1%나 된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4%였다.
2억원 짜리 전셋집이 3년 남짓한 사이에 2억6천만원으로 오른 셈이다.
특히 2010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1년가량 오름세가 가팔랐고 작년 3월에는 전월보다 1.7% 올라 절정을 이뤘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장기간 오름세에 대해 "주택 매수 수요로 전환할 사람들이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대기하는 수요가 있었고 수도권 주택시장은 투자성에 한계를 보이며 매수세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문제까지 가세한데다 집값 상승으로 구매력이 떨어져 전세에 안주하는 사례도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이 됐다.
아파트 전세가격만 놓고 보면 연속 상승기간은 같았지만, 상승폭은 더 컸다.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09년 2월 79.2에서 지난달 108.6으로 치솟았다. 40개월간 무려 37.1% 올랐다. 작년 3월에는 전달보다 2.3% 상승하며 고점을 찍었다. 지난 40개월간 지역별 아파트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공급이 달렸던 비수도권의오름세가 눈에 띄었다. 수도권(32.5%)에서는 경기(35.1%), 서울(34.0%), 인천(17.3%)이 모두 평균을 밑돌았다.
5대 광역시(44.3%)에서는 인천, 광주(35.4%), 대구(37.1%)가 평균 이하였으며 부산(52.8%)이 50%를 웃돌았다. 대전(42.2%), 울산(41.9%)도 꽤 올랐다.
서울에선 강남(36.8%)이 강북(30.7%)보다 많이 올랐고 송파(45.9%), 강동(44.7%), 광진(42.5%), 서초(41.9%)에서 40%를 웃돌았다.
시군구 아파트 전세 중에서는 70% 가까이 오른 경남 양산(67.8%)이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부산 사상구ㆍ경기 화성ㆍ하남(각 62.6%) 등도 60% 넘게 올랐다.
전세시장은 올해 2분기 들어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6월의 전월 대비상승률은 전체적으로 0.1%, 아파트도 0.1% 오르는데 그쳤다.
박 팀장은 "2년에 한 번씩 전세 계약이 몰리는 주기가 끝나 압박이 크지 않은데다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도 많이 공급됐다"며 "당분간 안정 단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