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성옥희기자

"시원한 바다 또는 녹음이 짙은 산, 그리고 계곡."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예년보다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요즘 정오가 지난 시간이면 누구나 한번쯤 떠올리는 생각이다. 굳이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주말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유명 여행지로 달려간다. 여행지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행지에서 어떻게 즐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못지 않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응급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름철 여행지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의 증상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 본다.

# 치사율 63%의 열사병

열사병은 폭염과 같은 고온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열사병은 일사병으로 알려진 열탈진 보다 상태가 심각하며 위험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열사병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됐을 경우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 중추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생긴다. 특히 노약자나 소아 그리고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더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갑자기 의식이 변화한다.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섭씨 40도 이상의 고체온과 의식변화 그리고 뜨거운 피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먼저 구급대에 연락을 취한 후 환자를 고온의 환경에서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몸을 식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의 의식상태가 또렷하지 않을 경우에 입으로 물을 섭취시키는 행위는 금하는 것이 좋다. 열사병은 노출된 고온의 정도와 노출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치사율이 63%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고 심장, 간, 신장 등의 장기에 다발적인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병원에 이송해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물가에서 많이 발생하는 '익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은 해변이나 계곡이지만 종종 안전 부주의로 물에 빠져서 위험에 처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의학계에서는 '익수'라고 표현하는데, 익수 사고는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익수자 구조를 일반인이 하게 되면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인명구조요원의 도움을 즉시 요청해야 한다. 구조요원이 현장에 도달 시까지 익수자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근거리일 경우 긴 막대기나 줄을 이용해서 구조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볼 수 있다.

일단 익수자가 구조된 상황에서는 환자의 의식과 호흡 그리고 맥박 여부를 파악하고 호흡이 없고 소리나 통증자극에 반응이 전혀 없을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물에 오랜시간 빠져 있었던 익수자의 경우 저체온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마른 모포나 천으로 감싸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익수자의 경우 머리부위와 경추 등의 부위에 외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급하다고 익수자를 무조건 업고 뛰어서는 안된다.

# 여름철 부주의가 낳는 '식중독'

식중독은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 음식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정확한 의학적 용어는 음식매개성질환이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음식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균이나 세균이 분비한 독소, 기생충, 바이러스 등에 의해 오염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야기되는 질환을 말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복통, 구토, 설사 그리고 탈수에 따른 두통에서부터 신경학적, 간이나 신장 등의 장기 손상에 따른 이차적인 증상까지 다양하며 흔히 장염이라고도 불리는 증상이다.

대표적인 원인균으로는 오염된 자연수(지하수 등)에서 볼 수 있는 캄필로박터, 계란이나 가금류에서 보이는 살모넬라, 쉬겔라, 예르시니아 균종, 익히 알려진 해산물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비브리오 균종, 그리고 육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대장균 O157:H7 등이 있다.

대부분의 음식매개성질환은 자연치유적이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는 필요가 없지만 탈수가 동반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탈수를 예방하는 방법은 이온음료 등으로 보충하거나 이마저도 못 마시는 경우는 병원을 방문해 수액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음식매개성질환의 약 10%에서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리상태를 청결히 하거나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고 제조 판매되는 음식물의 경우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도움말/동수원병원 응급의학과 임성관 과장

정리/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