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용도로 설치되는 소화전의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화전 5m인근에는 주·정차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지자체가 주차구획선을 그어(경인일보 7월19일자 21면 보도) 주민들이 소화전 인근에 주차를 하도록 하고 있다.

소화전 바로 앞의 주차구획선 뿐 아니라, 곳곳의 소화전 인근에 차량이 주차돼 있어 지자체와 소방당국의 화재불감증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지난해 인천시 중구 신포동의 한 도로변에 주차구획선이 그어졌다. 기존에 주·정차 금지구역이었던 곳을 구청이 경찰당국과 협의해 주차가 가능하도록 했고 주차구획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방당국과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소화전과 3m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구획선이 설치됐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주차구획선을 그을 때, 소방당국과 협의를 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우리가 소화전의 위치를 알고 5m안에 주차구획선을 설치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소홀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곳 외에도 소화전 인근 5m내에 주차구획선이 그어져 있는 경우는 많다. 동구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소화전 옆에도 흰색의 주차구획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소방당국은 보도가 나간 뒤에야 현황파악에 나섰다.

인천중부소방서 관계자는 "소화전 인근 주·정차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을 때, 주차구획선 안에 주차했는데 왜 과태료를 물리냐고 항의가 들어와서 지자체와 협의한 적은 있다"면서도 "보도가 나간뒤 관할지역에 현황을 파악했으며 이 내용을 각 지자체에 보낼 것이다"고 말했다.

소화전의 관리가 이원화 돼 있는 점도 문제였다. 현재 인천지역에 있는 9천300여개의 소화전 중 소방당국이 관리하는 소화전은 6천620개. 나머지는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 관리한다.

상수도 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소화전은 수도관의 물을 빼는 등의 역할을 주로 한다.

이 때문에 소방서에서는 관리·점검도 하지 않으며, 소화전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들 소화전 인근에는 주차를 해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소화용도로 쓰기 위한 소화전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소방당국과 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에는 '소화전 5m이내에는 주차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 법과는 다른 행정기관들만의 룰이 있는 것이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