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절정에 달한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전력수급 비상대책 상황실에 관계자들이 분주하다. 이날 오후 한때 운영예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져 1단계 비상상황인 '관심' 단계에 진입했지만 우려했던 전력 수급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폭염으로 전기 사용이 늘면서 전력 수요 관리에비상이 걸렸다.
 
   고리와 울진 원자력 발전소의 중단 등으로 공급능력은 작년보다 줄어든 반면 전력수요는 늘었다.
 
   더욱이 예상보다 이른 불볕더위가 찾아오면서 예비전력이 정상(전력 경보 '준비')치의 한계인 400만㎾의 경계를 연일 넘보고 있다.
 
   정부는 작년에 발생한 9·15 순환단전과 같은 대규모 정전 사태를 철저히 예방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전력공급량의 확대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전기 사용을 공급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억제하는 게 관건이다.
 
   ◇전력 수요·공급 얼마나 차이 날까 = 여름에는 전기 사용량 가운데 냉방용의 비중이 높아서 전력 수요가 날씨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완벽한 예측은 어렵지만 정부 예상으로는 각계가 자연스럽게 전기를 사용하도록 둔다면 생산되는 전력 대부분이 소모되는 상황이다.
 
   공급능력은 7천854만㎾ 정도인데 절전 대책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7천707만㎾ 정도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다.
 
   그대로 둔다면 예비전력은 150만㎾에도 못 미쳐 전력 경보 '경계'에 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는 돌발 변수가 없을 때를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폭염이 연일 계속돼 수요가 급증하면 예비 전력이 바닥나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전력 공급에 비상이 생긴 것은 발전량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리원전 1호기와 울진원전 3·4호기의 발전이 중단된 상태이고 부곡 복합발전소 3호기와 서울 복합발전소 1·2호기를 비롯해 올해 예정됐던 450만㎾ 상당의 설비가 준공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예비전력 500만kW 유지 목표 = 정부가 관련부처 합동으로 낸 대책은 가능한 범위에서 공급 능력을 키우고 최대한 수요를 억제해 예비전력을 500만㎾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산업체의 자가발전기 사용을 장려하고 구역전기 사업자로부터 한국전력이 잉여 전기를 사들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발전소 고장으로 생기는 전력 손실을 줄이도록 정비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관리다.
 
   7월 말 8월 초로 집중된 휴가를 전력 위기가 예상되는 8월 하순으로 분산하도록하는 등 전력수급에 맞춰 산업체가 전력을 사용하지 않는 시기를 미리 조정하는 '지정기간 수요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일기 예보를 바탕으로 일주일 전에 기업과 협의해 전력 사용 감축을 유도하는 주간예보 수요관리로 병행한다.
 
   토요일 요금 감면제나 최고조 시간에 할증요금을 부과하고 평시 요금을 할인해주는 선택형 최대피크 요금제 등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수요관리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돼 한계가 있다.
 
   세부 구성에 따르지만 60만㎾를 줄이는데 하루에 3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전력 피크 시간대 백화점·호텔 등의 냉방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제한하고 공공기관 건물 온도를 28도 이상 유지하게 하는 등 강제 규제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예비전력 위기 코앞에 = 우선 갑작스런 폭염으로 예비전력이 급락한 이번 주가 위험 상황이었다.
 
   정부가 목표한 예비전력 500만㎾는 이미 붕괴됐고 26일까지 금주 들어 두 차례나 여름철 최대전력수요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돼 한동안 공급에 문제가 없겠지만 휴가가 대부분 마무리되는 8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에 다시 위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넷째 주의 경우 수요 관리를 하지 않으면 7천650만㎾ 정도의 전력수요가 발생할것으로 지식경제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인 날씨를 전제로 한 것이고 불볕더위가 이어진다면 '블랙아웃'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5∼6월 낮 최고 기온과 최대전력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평일 기준으로 기온이 1도 오를 때 최대전력은 약 60만㎾가 상승했다.
 
   ◇고리원전 1호기로 숨통 트이나 = 당국이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마음으로 절전 대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의 재가동 여부도 관심이다.
 
   지식경제부는 고리 1호기를 투입하면 하루에 60만㎾ 정도를 더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동을 시작해 발전 용량을 충분히 키우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8월 셋째 주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되려면 다음 달 초에는 재가동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26일 "늦어도 다음 달 3일에는 고리원전 1호기를 돌릴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은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고리 1호기를 가동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지만, 지역 주민이 반대하고 있다.
 
   현재 위원회의 점검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을 놓고 정부와 주민대표가 이견을 조율 중이며 협상 결과에 따라 공급량 확대 여부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절전이 해답 = 여름철 전력 문제는 날씨 등의 영향이 크지만 이는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고 결국 해법은 절전으로 귀결된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정부의 분석으로는 여름철 전력 피크 시간대의 전기 사용 가운데 냉방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21%에 달한다.
 
   수요자별로 보면 산업체가 54.3%, 일반 건물이 27.2%, 주택 11.6%의 비율로 전기를 사용한다.
 
   정부가 냉방 수요를 가능한 줄이고 사업체의 전기 사용이 특정 시기에 몰리지 않게 적절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