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희 / 편집국 부국장
중단됐다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가 지난 1991년 새롭게 출발해 올해로 구성 21년을 맞았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성년((成年)이 됐다. 국어사전은 성년에 대해 '법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20세 이상의 나이'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어른으로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 지방의회도 이젠 어엿한 어른이 됐다.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의장 선출 등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우리 지방의회의 행태를 보면 어른답지 못한 행위가 너무 많아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라고 하기보다는 '먹을 것 안 준다'고 칭얼대는 철부지 어린애와 흡사하다. 지난달 2일 정례회의 개원과 함께 후반기 활동을 시작한 성남시의회는 의장 선출을 놓고 어른이 갖춰야 할 덕목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수의석의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최윤길 의원이 후반기 의장에 선출되자 의회를 거부한 채 "신임 의장과 민주통합당 간에 야합의 뒷거래 각서 의혹이 있다"며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난과 함께 최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후 시의회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은 물론 결산승인안을 비롯한 9건의 안건을 심의하지 못한채 정례회기 50일의 절반을 허송세월로 소진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0일 의원 34명에게 각각 398만원씩의 의정비 전액이 지급되자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시의회를 상대로 직무유기 및 미필적 고의에 의한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통합당 소속이었던 박현배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의장에 선출된 안양시의회는 민주통합당 소속 시의원 전원이 지난 13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의장단 불신임안과 직무집행정지 및 상임위원장 선출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제출한 데 이어 지난달 16일 의장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지난달 3일 개회한 남양주시의회도 민주통합당(8석)의 의장 내정자 대신 민주통합당 소속 이계주 의원이 새누리당(6석)의 지지로 3차 결선투표까지 간 끝에 연장자 우선 규정에 따라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되자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 파행을 겪고 있다. 의정부시의회도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3석 등 5석 모두를 차지하겠다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마찰을 빚고 있다. 광명시의회 역시 의장 선출과정에서 새누리당의 '반란표' 논란이 발생하면서 해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새누리당 도당에 제출되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성숙한 '어른'이라고 대우 받을 수는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방의회는 근대적 의미의 대표적 관념에 기초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기관으로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에따라 지방의회는 주민으로부터 공선된 의원으로 구성되며,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결정하고 그 집행기관을 감시하는 합의제의결기관이다.

이와함께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표하여 조례안과 예산안을 심의·의결하고 예산을 승인하며 주요정책을 심의·결정한다. 또한 지방의회는 지방자치행정이 올바르게 수행되도록 집행기관에 대한 감사권과 조사권 등 각종 통제기능을 행사하며, 각종 의사 결정은 다수의 의원으로 구성된 합의제에 따른다. 중단된 지방자치가 부활된 것도 전문화와 고도화된 국가업무를 분산,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자치권을 가지고 소관 업무를 자신들의 책임하에 처리하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우리 의회는 이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마치 권력에 길들여져 '감투 싸움'을 하는 집단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방의회가 주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행정부가 하는 일을 견제, 감시하는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주민의 대의 기관인 의회가 회기를 허송세월하고, '싸움 닭'의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 의원은 국회의원처럼 주민들의 손에 의해 뽑힌 선량(選良)들이다. 아무쪼록 지방자치의 성공적 정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