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천연물신약'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이에 대한 처방권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천연물신약은 생약, 한약제제를 주 성분으로 한 전문의약품이다. 동아제약의 '스티렌'과 '모티리톤', 녹십자의 '신바로' 등이 이에 해당하며, 의사가 처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한의사가 처방하면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

특히 신경통과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신바로의 경우 출시 6개월 만에 전국 110여 개 이상의 종합병원에서 이를 처방, 매월 30~40%의 매출성장을 기록하는 등 올해 매출 100억원 이상을 넘보고 있다. 신바로는 한의학에서 쓰는 골관절 치료약인 '청파전'을 자생한방병원 관계자들이 참여해 현대화한 것으로 현재 한의사들도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대한의사협회가 "천연물신약은 한의사 처방이 가능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고, 전문의약품인 만큼 의사들만 처방하는 것이 옳다"며 한의사들이 약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한의계와의 갈등이 불거졌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천연물신약 제품들은 전문의약품으로 식약청이 고시하고, 보험수가까지 책정돼 있는데, 이를 한의사가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한방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처럼 이에 대한 처방 역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 발표를 통해 "소위 천연물신약은 전혀 새로운 의약품이 아닌 천연물(한약·생약과 동일한 용어) 또는 한약처방을 활용해 만든 의약품으로, 기존 한약의 제형을 변화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현행 약사법상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의약품이므로, 이에 대한 처방 및 사용은 한의사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 측은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의사협회의 유권해석 의뢰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내 주무부서별 입장이 달라 현재 의견을 조율중으로 조만간 이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선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