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house poor). 주택 가격이 오를 때 저금리를 바탕으로 과도한 대출로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 즉 집은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여윳돈으로 집을 사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집을 살 때 대출을 받게 되는데 보통 수도권의 경우는 집값의 50%, 지방은 60%의 한도내에서 받는다. 가령 수도권의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50%인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이를 담보가치 인정비율(LTV)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 얘기 같았지만 지금 이 LTV가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10억원짜리 아파트로 5억원을 대출받았지만 현재 집값이 8억원으로 떨어졌을 경우 만기가 돌아오면 한도를 초과한 1억원을 즉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282조원중 15%인 44조원이 은행에 원금 일부를 갚지 않으면 연장이 불가능한 대출금이다. 이런 대출금을 안고 있는 사람들은 자칫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인천과 경기도 용인, 과천 등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LTV가 치솟고 있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지난 5월 말 현재 분당은 16.9% 과천 17.9%, 용인 12.1% 등 주택가격이 고점대비 15% 안팎까지 떨어진 곳이 부지기수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정부가 주택 보유자의 빚을 신용대출로 전환하고 신용이 낮은 경우는 장기분할상환으로 바꿔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문제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만일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적 불황에 접어들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집값이 계속 하락하면 집값을 갚기 위해 집을 매도해야 하고 그게 결국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이 떨어진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좀 더 정밀한 LTV 실태를 조사해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7년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저금리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무분별한 대출 때문에 발생한 사태였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왔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었다.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