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수원시 화서동 폐가에서 발견된 60대 남녀의 주검에 눈길이 간다. 이곳은 재개발지구로 낡은 주택들만 있을 뿐 사람들의 흔적이 끊긴 지 오래였는데 시신들이 있던 방안풍경이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기록적인 폭염에도 실내에는 선풍기는 언감생심이고 각종 생활쓰레기들만 가득해 도저히 사람들의 주거공간이라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사망한 홍모씨는 20년 전에 머리를 다쳐 장애를 얻었으나 오래 전부터 자식들과의 연락마저 두절된 채 외톨이생활을 해왔다는 점이다.
독거노인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속도가 점차 탄력을 받으면서 만 65세 이상의 홀로 사는 노인수는 해마다 5만명 이상씩 늘어 전체 노인인구의 20%를 차지했다. 더 심각한 것은 독거노인들 절대다수가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빈곤율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높다. 세계최고의 고령국가인 일본의 20.5%보다 무려 2배나 높은 45.1%를 기록한 것이다. 절대다수가 싱글 그레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자살률은 더욱 충격적이다.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자살률이 OECD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풍습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 확실해 걱정이 크다. 이에 대한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민생경제가 갈수록 더 팍팍해지는 것이 원인이다. 수출이 올림픽 기록 경신하듯 매년 사상최고 행진중이고 경제규모 또한 눈덩이처럼 커지는 추세이나 서민들에겐 그림 속의 떡일 뿐이다. 청년들의 취업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데다 양질의 일자리 수는 대책 없이 곤두박질하는 것이다. 내수기반 위축이 불문가지인데 대기업들의 전통상권 침탈은 점입가경이다. 서민가장의 어깨가 점차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핵가족화의 보편화 및 황혼이혼건수의 점증은 또 다른 변수이다. 천박한 공리주의와 그릇된 이기심이 한국민들의 의식세계를 점령한 나머지 인(仁)과 의(義)에 기초한 최소한의 가정윤리마저 말살된 것이다. 가의식(家意識)의 해체가 자칫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무너뜨릴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인소외의 점증이 상징적이다. 현대판 고려장문제는 가정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이자 최선이다. 근래 들어 중국정부가 초등학교 커리큘럼에 수신제가(修身齊家) 과목을 추가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대판 고려장문제는 윤리파괴의 부산물
입력 2012-08-0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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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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