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제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평택항의 확장사업이 기본계획만 세워놓은채 6년이 넘도록 손도 못대고 있다. 대중국 수출의 전초기지로 수도권과 중부권의 관문이기도한 평택항은 지난 86년 개항이래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등 부산, 광양, 울산, 인천에 이어 5대 무역항으로 발돋움했다.평택항은 개항 이후 꾸준한 성장세로 연평균 물동량 증가율이 17.8%로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물동량 1억t을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 수출의 효자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2010년과 2011년 연속으로 전국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등 국제교역항으로서의 역할과 면모가 눈부실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인근 고덕산업단지에 삼성전자가 100조원대를 투입해 최첨단 의료기기 공단을 설립하는 등 평택항의 수요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중국의 룽청, 롄윈, 웨이하이, 르자오 등 4개 노선의 정기항로가 운행되고 있는 승객수도 지난 한해 51만명이 이용해 2010년에 비해 24.5%나 급격히 늘고 있으며 카페리를 통해 수송되는 컨테이너 화물의 물량도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열악해 여객부두는 겨우 2개 선석에 불과, 한꺼번에 카페리 두 척만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3개 항로의 선박이 동시에 접안하는 경우에는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3월부터 운항을 개시한 평택~제주 노선 카페리는 여객부두 대신에 잡화부두를 이용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하루 적정인원 400명을 기준으로 2001년 건립된 국제선 여객터미널은 6배가 넘는 하루 2천500명이 이용해 매일 아수라장이다. 항만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06년 항만시설 확장 기본계획을 수립, 2013년까지 평택항 내항에 3만t급 2선석, 신국제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키로 했으나 재정과 민자사업을 오가며 6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기획재정부조차 사전검토와 타당성 조사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면서 여객부두 실시설계비 39억원조차 정기국회 예산에 반영하지도 못했다. 평택항이 이 지경인데도 국토해양부는 민자 사업으로 오는 2014년께나 착공할 계획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96.9%에 이른다. 그 규모로 볼때 평택 항만시설 확충이야 말로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