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의 하천들이 녹조의 습격을 받고 있다.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 이어 수도권 식수원인 북한강까지 녹조가 확산됐다. 더욱 위험스런 것은 북한강에 확산된 녹조에 독성물질을 분비할 수 있는 남조류가 포함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 물이 한강까지 흘러들었다. 고도처리시설이 없는 경기남부지역 일부 정수장에는 총담이끼벌레마저 유입됐다. 수돗물 악취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당국은 폭염과 가뭄 타령이다.

그동안 녹조에 대해서는 한강 수계는 안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낙동강 쪽에만 신경을 썼지, 오염원이 적은 북한강 상수원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러나 이제 한강 수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 1일 이미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북한강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독소를 분비할 수 있는 마이크로시스티스(mycrocystis)가 검출됐다. 이날 한강 본류 3개 지점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 관계 당국은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수가 많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아무리 안심하라고 해도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수돗물 악취로 인한 민원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다 성남시와 광주시 정수장에는 총담이끼벌레가 대거 유입됐다. 각 정수장은 응집제 투입량을 평소 13PPM 수준에서 20PPM 정도로 늘리는 등 정수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수장마다 식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국적인 녹조 현상에 대해 폭염 탓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환경부 장관이 낙동강 수계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냥 정수만 하면 된다는 얘기 아닌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면 3분만 끓여 먹으면 괜찮다는 대책이나 똑같다. 그 물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민 앞에 나와서 직접 먹어봐야 되는 거 아닌가.

녹조는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보마다 물을 가둬 두면 이를 부채질할 수 있다. 상류 댐의 물을 흘러내려 보내는 방법이나 황토살포 등의 대책을 찾아봐야 한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녹조는 폭염, 부영양화 물질 유입, 비점오염원 유입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 식수원 대책은 어떻게 보면 전력부족 대책보다 더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