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광주시 중부면에 위치한 남한산성도립공원내 계곡. 주필암과 석탑공원 사이에 자리잡은 계곡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막바지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피서객들이 친 텐트는 물론 도민 쉼터로 지어진 정자에서는 고기 등을 구우며 취사 행위를 하는 것이 쉽게 목격됐다. 정자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이었지만 피서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너 등을 이용해 요리를 하며, 술판까지 벌였다.
남한산성은 경기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자연보전지구다. 문화재 및 산림보전을 위해 취사 등의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피서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들만의 오후를 즐겼다.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은 "비가 와서 그나마 저 정도지, 날씨 쨍쨍한 날은 웬만한 유원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라며 "도립공원인데도 전혀 관리가 안돼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남한산성도립공원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들의 취사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관리·단속해야 할 도립공원관리사무소와 해당 지자체인 광주·성남·하남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긴 채 병들어가는 문화 유산을 방치하고 있다.
도립공원관리소 등에 따르면 공원 대부분은 자연보전지구로 지정돼 있어 취사·야영·쓰레기투기 등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공원내에는 이같은 위반사항을 적시한 현수막까지 걸려있지만, 피서객들의 취사 행위 등은 줄지않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계도하거나 단속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립공원관리사무소측은 "과태료 징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지자체는 "관리 주체는 도립공원관리사무소"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하는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며 "합동단속이나 권한조정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