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지역 등 수도권 1천500여만명이 사용하는 수돗물에 대한 관리가 엉망인 모양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실제로 경인지역 주민들의 수돗물 공급처인 정수장에 독성이나 악취 등을 자체 검사할 수 있는 장비가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이상고온으로 강마다 녹조현상이 일어나 수돗물에 대한 공포가 그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렸다. 일부지역에서는 악취가 나는 수돗물이 공급돼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정수장에 검사 장비가 없어 타 기관에 의뢰해 독성분석을 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천시의 경우 공촌·부평·수산·남동 등 정수장 4곳 모두가 남조류 등에 의한 독소나 악취성분을 자체 분석할 장비가 없었다. 경기도 역시 정수장 52곳 가운데 고도처리 시설이 설치된 식수용 정수장 5곳과 공업용정수장 4곳을 제외한 수돗물의 독소와 악취 성분을 분석할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단 11곳 뿐으로 나머지 32곳은 자체 분석장비가 아예 없는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수질검사 의뢰처인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산하 수질연구소 조차도 일반수질검사 장비만 있을 뿐 독소물질 분석장비가 없었고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도 독소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하는 장비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경기도내 32곳과 인천시내 4곳의 정수장에선 수돗물의 악취 원인인 지오스민이나 독소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제대로 검사되지 않은채 일반가정에 수돗물을 공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비가 없는 이들 정수장은 한달에 한번꼴로 수자원공사나 서울 등 장비를 보유한 기관에 독소와 악취 등 26개 항목을 분석 의뢰해 왔다는 것이다.

수돗물에 악취가 풍기는 등 불안한 시민들의 민원이 들끓자 경기도는 뒤늦게 4억원에 달하는 분석장비 예산을 추경에 편성하는가 하면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도 5억원 가량의 예산을 편성해 독소분석 장비 구입에 나섰다. 분통이 터질 일이다. 녹조현상은 지구촌의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데도 시민 건강에 직결되는 수돗물 검사장비조차 갖추지 않고 여름을 넘기려는 경기도와 인천시의 배짱에 놀란 입을 다물 수 없다. 관계당국이 수돗물이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