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상생은 아직도 갈길이 먼 듯하다. 정치에 있어 여·야간 상생이란 아예 포기하는 편이 속 편하다. 정당의 존립목적이 정권창출인 이상 서로 대결해야만 하는 태생적 한계도 있지만, 아직껏 우리 정치에서 대화·협상·타협은 먼나라 얘기다. 경제계의 상생 역시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납품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횡포는 차치하더라도 SSM과 골목 슈퍼의 공존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올들어 경기도내 자치단체간 상생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기피시설물 처리를 놓고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고양시와 서울시가 지난 5월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서울시립승화원(덕양구 대자동)을 포함한 기피시설을 고양시민이 이용할 때 서울시민과 동등한 혜택을 부여하고 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권을 고양시민에게 이양키로 했다. 또 기피시설 인근의 고양시민은 우대 채용된다. 운동시설 이용, 도로 확장, 대중교통 편의 증진 등 주민 불편 해소에 공동 노력하고 기피시설 현대화 등 환경개선 중장기 추진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더한 것을 나눠주고 모자람을 도움받는 고양시와 서울시 모두의 승리다.
앞서 지난 3월 시흥시와 부천시는 공동 발전을 위한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GB관리계획 조기수립, 방산공영차고지 공동투자, 공공도서관 공동이용, 둘레길 시설 공동활용, 협력 네트워크 운영 등에 합의했다. 김윤식 시흥시장이 "생각과 정보를 나누는 자체만으로도 유익했다"고 평가한 것처럼 공동의 목표를 나누어 해결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윈-윈에 다가설 수 있음을 공감하게 된다.
지난 7월 염태영 수원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동체적 상생발전을 위한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 문화·관광, 지역경제, 정책, 환경·교통 등 4개 분야 9개 사업에 협력키로 했다. 우선 서울시는 수원에서 서울 도심권을 운행하는 광역버스의 서울 진입을 최대한 허용키로 했고, 협약 체결일부터 서울시민은 '수원화성'에 무료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이웃 단체장의 서로 다른 당적때문에, 또는 표를 의식한 인기 행정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없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갈택이어( 竭澤而漁·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고기를 잡는 것)의 우를 범해 왔던 과거와는 분명 다른 출구 전략들이다.
수원·화성·오산시가 지역 공동 발전을 목표로 설립한 '산수화상생협력위원회'가 지난 16일 화성 용주사에서 '3개시 상생발전 공동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지난 2월 3개시 시장과 각 시장이 추천한 학계·종교계 대표들로 출범한 상생협력위는 시군통합 과정에서 갈등을 표출하며 해체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갈등과 대립의 구조를 씻고 지속가능한 상생을 구체화하기 위한 이같은 용틀임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조의 유산을 공유하고 있는 3개 시가 갈등없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채인석 화성시장도 "200년간 공유하고 있는 정조의 효 정신을 기반으로 상생 방안을 구체화·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채수일 한신대 총장과 정호 용주사 주지스님은 정조의 개혁·위민·효 정신을 치유의 지도적 가치로 세워 3개 시 협력을 실현하자고 제의했다. 정조대왕의 기치로 구체화될 3개시의 상생방안. 오는 11월 예정된 최종안 발표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