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고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남양주시가 하수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오·폐수를 한강에 불법으로 방류해 오다 적발된 것이다. 남양주시에 소재한 기업이 적발된 게 아니라 불법 방류의 주체가 남양주시라는 얘기다. 미개한 후진국 같은 데서 일어날 법한 일이 대한민국 수도권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지자체가 고의로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당연히 해외토픽감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한강유역환경청은 남양주시가 하루 최대 1만t 가량의 하수를 한강에 불법으로 방류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남양주시에 시설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석우 시장을 하수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자체장이 하수 불법 방류로 고발된 것은 처음이다. 한강유역청 관계자는 "남양주시가 하루 5천t에서 1만t의 하수를 불법 방류해 온 사실을 인정했다"며 "2005년 화도하수처리장의 용량을 늘리기 전부터 이렇게 배출해 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오·폐수 무단 방류를 단속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무단방류에 앞장섰으니 말문이 막힌다.더 놀라운 것은 남양주시가 10년이 훨씬 넘게 하수를 불법으로 배출해왔고 하수를 버리기 위해 비밀방류구까지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정도면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죄행위 아닌가. 하루도 쉬지 않고 그 오랜 세월 매일 불법 방류된 하수는 북한강의 지천인 묵현천을 통해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그대로 흘러들어갔다. 그 물은 남양주시민들은 물론 2천500만 수도권 인구가 먹었을 것이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해 팔당호의 녹조현상으로 수도권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남양주시의 행태를 비추어 볼 때 녹조현상이 반드시 이상기온 때문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폐수 불법 방류를 단속해야 할 관청이 이 지경인데 기업이나 축사에 대한 충실한 감독이 이뤄졌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을 거치지 않은 더 많은 오·폐수가 팔당호로 흘러들어갈 개연성도 높다. 남양주시는 하수처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환경부에 예산지원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하지만 지금 어떤 변명을 늘어놓더라도 남양주시의 범죄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남양주시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