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변동에 대비를 소흘히 한 중소기업들이 벼랑끝 위기에 직면했다.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급락하며 980원선까지 맥없이 무너졌지만,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어 두눈을 뻔히 뜨고 환차손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올해초 환율 급락이 예고됐음에도 대부분 지난해말 환변동보험 가입 등의 대비를 소흘히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무려 10.60원이나 하락하며 980원대가 붕괴, 977.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환시장에는 당국의 개입으로 여겨지는 매수세가 간간히 등장했지만 쏟아지는 매도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은 지난주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락한데다가 녹아웃(knock-out:환율이 목표지점에 이르면 그전의 계약이 모두 취소되는 옵션) 매물이 쏟아지면서 환율급락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환율 변동에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아온 수출중소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음향기기를 생산하는 S사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에서 연평균 환율을 1천20원 정도로 잡았다”며 “이미 일부 제품에서 손해가 나고 있으며 환율이 더 떨어진다면 아예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환율관련 기관인 무역협회 경기지부 국제비즈니스지원센터와 수출보험공사 경기지사 등에는 이날 환율과 관련된 전화문의가 빗발쳤다.
국제비즈니스지원센터 김정수 상담위원은 “쏟아지는 전화문의 중 절반 이상은 앞으로의 환율전망을 단순하게 물어보며 어쩔줄 몰라하는 경우들”이라며 “이미 이런 업체들은 환위험 헷지를 소흘히 해 피해를 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특히 “1월과 2월에는 네고(negotiation:수출업체가 환어음 및 선적서류 등을 제시하고 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을 선결제받는 것)할 대금이 몰려있어 지난해 1천30원대에 계약을 하면서 환위험 헷지를 해놓지 않은 수출업체들은 상당한 피해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협회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평균 1천59원 수준으로 970원대의 환율로는 상당수 수출중소기업들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수출보험공사에도 이날 하루종일 환율 관련 문의가 쏟아졌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지난해말 상당수의 금융기관과 경제연구소들이 원·달러 환율 세자리수 하락을 경고했지만 중소 수출업체들은 환변동보험 가입을 외면해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할 처지에 몰렸다.
수출보험공사 경기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환율이 1천원선까지 하락했던 3월에 2천500억원에 달했던 환변동보험 가입실적이 지난 12월에는 15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작 환율이 낮을때는 환보험에 가입하고, 환율하락이 예고된 때에는 환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정반대의 대응을 한 것이다.
수출보험공사 이두원 차장은 “평소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때는 환위험 헷지에 대해 관심이 없던 업체들이 환율이 급락하면 뒤늦게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이번 환율 급락에도 중소수출업체들의 사전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또 “경기도의 경우 연간 500만달러 이하를 수출하는 중소업체에 환보험료를 50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작 수출업체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미 헷지 시기를 놓친 수출업체들은 이번 피해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中企 눈뜨고 당할판
입력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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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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