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침해사건 1심 재판의 배심원 평결이 애플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 사건 배심원단은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양 사간 특허소송 1심 평결심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대부분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상품의 외관 혹은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장치) 등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10억4천934만3천540달러(약1조1천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사진은 26일 오후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홍보관.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 대한미국 법원의 평결 결과를 놓고 업계와 시장에서 평결의 영향과 전망 등에 대한 각종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업계와 현지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궁극적인 애플의 표적인 구글이지만 현재 삼성전자에 이어 안드로이드 진영의 강자로 등장하는 아마존이 다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MS가 이번 소송 결과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평결에 대한 각종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 애플의 다음 표적은…구글?, 아마존?

   미국 법원에서 삼성전자-애플 간 특허침해사건이 애플의 완승으로 끝나자 애플의 다음 표적에 IT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차적으로 거론되는 대상은 구글이다.

   이번 특허침해가 인정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운데 구글이 직접 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넥서스S가 포함돼 있는데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구글의 모바일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로 구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사망한 애플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스티브잡스도 2년 전 "훔친 제품인 안드로이드를 부숴버릴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핵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무료로 배포되는 것이어서 애플이 구글 탓에 발생한 피해를 산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소송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술적으로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에 대한 공격을 1차 적으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벌이는 특허소송과 HTC와 구글의 계열사 모토로라 모빌러티와도 소송전도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통해 애플이 구글에 대한 직접 소송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다른 모바일 제조업체를 겨냥한 애플의 전략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며 "모토로라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인 후 모토로라의 모회사(구글)에 대해서도 공격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뮐러는 이어 "애플로서 다음 표적은 구글이 아니라 구글에 비해 특허무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모바일 기기를 대대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아마존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번 소송의 최대 수혜자?

   애플의 완승 소식이 전해진 후 MS 윈도폰 마케팅담당 이사인 빌 콕스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 윈도폰의 전망이 매우 좋아지고 있다"고 쾌재를 불렀다.

   이 회사의 법인커뮤니케이션 담당 프랜시스 쇼 부사장은 "(윈도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사랑한다. 신선하고 독특하고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의 결과로 애플의 특허침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MS의 OS인 윈도폰에 대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현재 MS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온 디렉션의 윈도 담당 애널리스트 마이크 체리는 MS가 수혜자가 되기보다는 더 많은 소송전이 벌어지는 한편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모바일시장을 보면 모든 시장 참가자가 모든 참가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형국"이라며 "이번 소송의 결과로 소송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평결에 대한 비판도 등장…'소송 아마겟돈'
실제로 IT전문매체인 씨넷은 배심원들이 애플의 완승을 선언하기 전에 이번 소송결과와 관련된 최악의 시나리오로 애플이나 삼성의 일방적 승리를 꼽았다.

   특히 애플이 이기면 소송 아마겟돈(세계 종말에 벌어질 대규모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애플은 삼성에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 주요 안드로이드진영에 대한 소송전에 전력을 다하게 될 것이라는 게 씨넷의 전망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단기적으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애플의 각종 특허를 피해 모바일 기기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이 폭이 대폭 줄어드는 한편 가격도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더 혁신적이고 다양한 기기들이 개발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샌타클래라대학 법대의 콜린 치앤 교수는 "이번 평결로 삼성전자 제품 상당수의미국 내 판매가 금지될 경우 앞으로 시장에서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매우 혁신적인 기업인 만큼 이번 평결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도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이외에도 전 세계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데다 이번 평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다짐하고 있어 아직 삼성과 애플 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삼성은 이미 지난해부터 다툼이 되는 특허를 우회하는 다자인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혁신, 소셜미디어 전문 칼럼리스트 하이든 쇼네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애플-삼성 평결이 큰 실수인 이유'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디자인은 혁신이 아니다"며 "디자인 문제로 10억 달러 이상을 부담하라는 평결에 놀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이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삼성전자가 모방(최소한 트레이드 드레스 수준)한 것을 인식했다면 다음 (디자인) 모델로 넘어가야 한다"며 "디자인은 패션이며 시즌이 지나면 소멸되고 바뀌는 특징을 가진 지적재산권"이라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