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가 창간 52주년을 맞았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우리는 창간 때마다 이 난을 통해 경인지역 최고의 정론지이고 52년의 장구한 세월을 독자와 함께했으며 영원히 독자만을 생각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솔직히 그러질 못했다.

경인일보는 간혹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는 우도 범했으며 때로는 착오로, 때로는 잘못된 취재 방향으로 독자들의 심기를 불편케하거나 여론을 호도시킨 적도 있었다. 유신에 항거하기 위해 민주인사들이 옥고를 치를 때 우리를 비롯한 대한민국 언론은 이를 짐짓 외면했으며 80년 군부독재시절 '새로운 시대의 출발'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시류에 편승하기도 했다. 그때 우리를 비롯한 대한민국 언론은 최소한 언론인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점에 소홀히 했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1997년 끔찍한 IMF를 예측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안겨주기도 했다. 언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 위기를 미리 예측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반성한다.

경인일보 창간 이후 50여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진입했으며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를 맞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기적같은 일이다. 대한민국이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국민들의 놀라운 지혜와 단결심에 기인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적으로는 과거사와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첨예한 대립, 여전히 불안한 남북관계,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에서 비롯된 복잡 미묘한 동북아정세, 삼성-애플의 소송에서 드러났듯 특허권을 이용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부활로 인해 수출 한국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내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미 땅에 떨어진 도덕성 붕괴다. 정치인, 법조인, 기업인, 종교인, 공무원 나아가 일반국민까지 전방위로 퍼져있는 도덕불감증은 우리에게 닥친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오로지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다 야기된 빈부격차, 정권쟁취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의 이전투구, 일류지상주의에 골몰하다가 발생한 학력차별,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인 이념갈등,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국민의 정서 불안 등이 도덕성 훼손의 결과를 불러왔고 그로 인한 후유증이 사회전반에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묻지마 범죄'다. 전남 나주의 한 가정집에서 잠자던 일곱 살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은 우리 사회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병들고 타락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금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도덕성 회복이다. 정치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재벌이 문어발식 경영으로 중소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으며 '남이 어떻게 되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언론 본연의 임무는 사회의 감시기능이다. 지금 만연되어 있는 도덕불감증에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감시에 게을렀고, 더러는 도덕적 타락에 편승했으며 결국 언론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음을 통감한다. 그런 이유로 미래를 지향하는 경인일보에 대한 그동안의 공과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애정어린 질타를 경인일보 전 직원은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다.

경인일보는 창간 52주년을 맞아 '도덕성회복 운동'을 주창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도덕적 타락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지금이라도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너무도 암울하고 절망적이다. 경인일보가 이번 창간을 맞아 '힐링, 희망을 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도 지금의 '병든 사회'를 치유해 보자는 소박한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중요한 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장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인일보는 차기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으로 도덕성을 꼽을 것이다. 경인일보는 이번 선거에서 도덕적인 대통령이 선출돼야 하며 그것은 역사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경인일보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면면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순수한 도덕성을 갖고 있는지 혹시 위장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성실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경인일보는 앞으로 우리의 견해만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며 특정세력에 편승하지 않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할 신문' '미래 지향적인 신문' 희망을 품은 신문'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