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쌀 10㎏ 한포에 2만7천원, 충남 예산쌀 20㎏ 한포에 3만3천800원… 어느것을 사시렵니까?
 아무리 원가를 따져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어이없는 가격의 쌀들이 대형할인점에 속속 등장하면서, 수매제도 폐지와 쌀 수입, 소비감소로 가뜩이나 멍든 농심(農心)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이같은 가격의 쌀들은 대형할인점들이 고객들을 모으기 위해 내놓는 소위 '미끼상품'으로, 가뜩이나 판로가 없어 가격이 떨어진 쌀을 매정하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에 도내 한 대형마트에 20㎏ 한포에 3만5천원짜리 쌀이 나오더니, 이번주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점에 20㎏ 한포에 3만3천800원짜리 쌀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말부터 쌀값 하락의 여파로 20㎏ 한포에 4만원 전후의 가격을 매긴 쌀들이 속속 등장하더니, 급기야 쌀값이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다.

 '미끼상품'으로 치부하기에는 물량도 많아서, 홈플러스의 경우 전국 매장에서 이 가격으로 무려 10만포를 판매할 예정이다. 더구나 이같은 쌀들은 일반 미곡처리장에서 나온 'B급' 상품이 아니라 대부분 'OO농협'이 출하한 정품 쌀들이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은 정상적인 유통과정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가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농협측이 집계한 지역별 벼매입가격과 이에따른 출하원가 자료를 보면, 정상적인 쌀값은 유통비용과 마진을 뺀 출하가격만도 '3만3천800원'을 훨씬 넘어선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충청·전라지역 벼매입가격(40㎏ 조곡 기준)은 4만4천~4만6천원. 농협의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이를 도정하고 가공해 최종적으로 출하하는 가격은 20㎏ 1포 기준으로 3만4천843원~3만6천803원이다. 여기에 유통비용과 유통마진으로 20㎏들이 한포당 최소 2천원 정도를 더해야 한다는 게 농협측의 설명이다.

 농협경기본부 양곡팀 강영재 팀장은 “일부 농협들이 재고를 유지하는 것보다 빨리 처리하는 게 손해를 덜 보기 때문에 쌀 가격을 조금씩 낮춰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판매가격이 평균 출하가격도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또 “결국 대형할인점들이 대량구매를 내세워 쌀값을 떨어뜨리며 쌀 유통질서마저 흔들고 있다”며 “한해동안 애지중지 쌀농사를 지어온 농민들로서는 쌀이 헐값에 미끼상품으로 팔리는 현실에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대형할인점에 원가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쌀이 넘쳐나면서 정상적으로 판매돼야할 경기미의 가격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킴스클럽 동수원점에서 평택쌀이 20㎏ 한포에 4만1천500원의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 평소 대형할인점에서도 평택쌀 가격은 4만5천원을 웃돈다.

 한 대형할인점 관계자는 “충청·전라지역의 쌀 매입가격이 워낙 싸지만 최근에는 경기지역의 쌀도 행사대상으로 협상을 하고있다”며 “앞으로는 경기지역의 쌀도 저가행사에 일부 물량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