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들이 슬그머니 그러나 화끈하게 세비를 올렸다. 무려 20%다. 국회의원을 제외하곤 세비 인상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 '도둑인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9대 국회의원 세비가 18대 국회보다 20% 더 늘었다"며 "정기국회때 대충 하다가는 분명 추가 세비반납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이 없었다면 세비 인상은 그냥 묻혀버렸을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3천796만원으로 18대 국회 평균 1억1천470만원보다 2천326만원 늘었다. 18대 국회 4년간 연 평균 세비에 비해 20.3%나 오른 액수다. 18대 국회의원 세비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억1천304만원으로 동결됐지만, 지난해 1억1천969만원으로 665만원(5.9%) 올랐고, 올해 무려 2천만원가량 인상되는 등 최근 2년간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19대 국회 개원 이전부터 '모든 특권을 내려 놓겠다'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었다. 8월 임시국회의 경우 단 한차례도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1인당 1천만원 이상의 세비를 챙겨갔다.

더 기막힌 것은 세비 인상 배경이 '의원세비가 차관보 수준보다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국회의원의 품격을 '일'이 아닌 '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전국민이 폭염으로 고생하고 '문지마 범죄'와 '아동성추행'으로 속을 끓이며 밤잠을 설치고 있을때 국회의원들은 두둑한 세비를 챙기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인터넷상에 국회의원세비 인상과 관련, 폭발한 민심의 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음 아고라에는 누리꾼의 비난이 수천건 올라와 있다. '국민을 속였다'라는 표현은 오히려 점잖다.

올해 공무원 급여는 3.5%, 기업들은 5% 인상했다. 내년 근로자 시간당 최저임금도 논란끝에 6.1% 오른 4천860원으로 결정됐다. 경제는 휘청거리고 물가는 오르고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피폐하다. 그런데 20% 세비 인상은 해외토픽감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세비인상분을 모두 반납하고 국민앞에 사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