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서모(42)씨를 경찰이 미리 붙잡을 기회가 있었으나 치안당국의 우범자 관리ㆍ공조체재의 부실로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씨는 살해사건 13일 전에 다른 주부를 성폭행했으나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법무부에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적 자료를 뒤늦게 요청했고, 범인의 유전자(DNA) 정보도 경찰과 검찰 간에 공유되지 않으면서 서씨를 신속하게 검거하지 못했다.

 또 성폭행 전과만 3범인 서씨를 경찰이 '중점관리대상'이 아닌 '자료보관대상'으로 분류ㆍ관리해 온것도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자발찌 뒤늦게 추적…빨리 체포할 기회 놓쳐 = 서씨는 지난달 7일 전자발찌를 찬 채 서울 면목동의 한 가정집에서 주부 A씨를 성폭행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중랑경찰서는 16일만인 지난달 23일에서야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사건 발생지를 지났던 전자발찌 착용자의 목록을 요청했다. 이때는 중곡동에서 지난달 20일 서씨가 주부 B씨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미 3일이 지난 시점이다.

 이후 경찰은 24일 서씨가 인근 지역을 지났다는 결과를 통보받았고, 닷새 뒤 영장을 발부받아 서씨에 대한 행적 자료를 추가 요청했다.

 면목동 주부 성폭행사건 직후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적을 신속하게 추적해 서씨를 검거했다면 그의 추가 범행을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12일 "일반적인 수사 원칙에 따라 주변 CCTV 확인, 탐문 등 점진적으로 수사를 확대 진행한다"며 "수사 중 중곡동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고 법무부에 자료를 요청했던 것이고,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순차적으로 서씨에 대해서도 자료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동안 보호관찰소에서 310여 차례 경찰서에 가서 전자발찌 대상자 위치정보 활용에 관한 교육을 했고 중랑서에서도 지난 5월 교육을 했다"며 "경찰이 최초 범죄 발생 시 전자발찌 착용자를 수사선상에서 제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입한 전자발찌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경찰이 발생한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에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행적조회를 요청한 사례는 46건이다. 용의 선상에 올랐다고 판단해 영장을 갖춰 이들의 신상 정보 공개를 요청한 것은 13건, 범인 검거로 이어진 사례는 4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적 조회에 뒤따른 신상 정보 공개 요청은 개인정보를 받는 것이므로 영장이 있어야만 정보를 받을 수 있다"며 "유력한 용의자라고 특정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영장이 발부되기 때문에 조회를 요청하는 데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DNA정보 검ㆍ경 따로 관리해 신속 대응 한계 = 면목동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중랑경찰서는 A씨의 몸에 남아있던 체액을 채취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고 사건 발생 23일 만인 지난달 30일 '동일 유전자 정보 없음'이란 답변을 받았다.

 서씨는 2004년에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됐기 때문에 일치하는 DNA정보가 나왔어야 하나 이 사건으로 채취된 서씨의 DNA 정보는 대검찰청이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DB)에 있을뿐 경찰과 공유되지 않아 국과수에서는 안나온 것이다. 2010년 시행된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흉악범죄를 저질러 형을 선고받거나 보호관찰명령 등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DNA를 채취할수 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시점을 기준으로 수형자는 검찰이, 현장 감식물은 경찰이 DNA를 관리해오다 보니 공유가 안됐다.

 DNA 정보가 공유돼 면목동 성폭행사건의 범인이 2004년 전과자인 서씨임이 바로확인됐다면 그를 추가 범행 전에 체포할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에 반해 국과수는 B씨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광진경찰서에는 서씨의 DNA가 면목동 성폭행 사건의 것과 동일하다는 통보를 중랑경찰서에 '동일 유전자 정보 없음'이란 통보를 한 다음날 했다. 자신들이 면목동 사건의 DNA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신속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이 정기적으로 흉악범 DNA 검색을 요청하고 필요할 경우 자료를 요청한다"며 "통상적으로 DNA분석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리고 국과수에 자료가 없으면 검찰에 요청하는데, 두 사건간 시간 차가 짧다 보니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서씨를 '자료보관대상'으로 분류 = 경찰은 우범자의 위험성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중점관리대상, 첩보수집대상, 자료보관대상으로 구분해 관리하나 성폭력 전과 3범을 포함해 절도ㆍ폭행 등 12범이었던 서씨를 지난달 13일까지 자료보관 대상자로 분류했다.

 경찰은 중점관리대상과 첩보수집대상에 한해 각각 월 1회, 3개월에 1회씩 첩보를 수집해 동태를 살피기 때문에 서씨는 경찰의 별다른 관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경찰이 교도소로부터 접수한 서씨의 석방통보문에는 최근 범행(절도)과 함께 범죄이력이 적혀 있었지만, 경찰은 절도를 기준으로 이같이 판단했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통보문에 적힌 죄명(절도)를 보고 그에 맞게 분류했던 것"이라며 "성폭행 등 이전 범죄이력은 별도로 나와있어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랑경찰서는 이후 7월 26일 경찰청의 지시로 관내 우범자들의 등급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서씨의 성폭행 전과를 발견하고 서씨를 첩보수집대상자로 재분류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