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논란이 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혁당 사건과 관련 "두개의 판결이"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야당 후보가 안개속에 가려진 상황에서 밋밋하게 흘러가던 대선국면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박 후보를 선출한 뒤 여유롭게 야당 후보를 기다리며 대선행보를 이어가던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지리멸렬하던 야권은 모처럼의 호재를 부풀리는데 전력을 쏟고있다.

박 후보는 선친인 박정희의 5·16과 유신에 대해 "역사의 평가에 맡긴다"며 그 시대의 피해자에게는 사과의 뜻을 여러차례 표명했다. 하지만 야당을 비롯한 소위 '시대의 피해자'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집요하게 박 후보의 새로운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는 딸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인혁당 발언 이후에는 당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 후보의 발언을 접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반증이다.

박 후보는 이 시점에서 정치적 이해타산과 대선의 정치공학을 벗어나 역사적 용단을 내려야 한다. 박정희 딸이 아니라 2012년 대선에 나설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박 후보는 자신이 역사적 화해의 한 당사자로 호명됐다는 숙명을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5·16이나 유신은 그 공과를 놓고 양론이 대치하고 있으나 역사적 판단은 내려진 상태이다. 따라서 딸로서 논쟁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그 피해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함으로써 역사적 화해의 주체가 돼야한다.

박 후보는 어제 경인일보를 비롯해 지역대표지 연합체인 한국지방신문협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혁당 피해자 유족들이 허락한다면 만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대통령후보로서의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지 않으면 성사되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후보로서 헌정중단 사태는 절대 재발해서는 안된다는 역사인식을 분명히 밝히고 그 시대의 피해자에 대한 절절한 사과를 한다면, 그리고 나서 선친의 묘를 찾아 딸로서 민망한 입장을 사죄한다면 그 보다 엄숙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없을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박 후보는 과거사 인식에 대한 야당의 공세와 여론의 요청을, 역사적 화해의 주역으로 거듭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