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현 정부 역점사업인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자체 평가를 내놨다.
그린벨트를 풀어 조성한 보금자리주택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반면 공간구조 측면에서 서울 대도시권의 과밀화와 시가화 확산, 인구 증가 미반영 등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해 관심을 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민간부문의 공급 위축, 집값 하락 영향에 대해서는 통계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공간구조, 도시계획 측면 '낙제점' =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공간구조 및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원은 공간구조 측면에서 보금자리주택이 서울대도시권 인근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함으로써 자동차 의존을 줄인 에너지 절약형 '압축도시' 형성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곧 서울의 의존도를 가중시켜 서울대도시권의 과밀화를 심화시켜 도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금자리주택사업을 특별법으로 추진해 사업으로 발생하는 인구가 기존의 목표인구 설정이나 인구 배분계획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도시공간 구조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됐다.
수도권 그린벨트는 그동안 시가화의 확산을 막는 경계선 역할을 했으나 이곳에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들어섬으로써 그 기능이 약화돼 수도권이 거대 광역대도시권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보금자리주택지구가 33만~99만㎡(10만~30만평) 이하의 도시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 소규모로 지정되면서 인근 지역의 과밀 혼잡과 난개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을 해제해 공급을 도맡아온 LH가 내린 평가라 흥미롭다.
◇집값 하락..민간 분양시장 위축은 '근거 없다' = 주거 복지적 측면에서는 수도권 그린벨트에 공급된 보금자리지구의 입지여건이 2기 신도시보다도 양호해 무주택 수도권 거주자의 관심을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면서 민간 분양시장을 위축시켰다는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의 지적에 대해서는 "통계적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청약률 측면에서 수도권 지역의 2009년과 2010년의 아파트 평균 청약률이 각각 3.9대 2.3대 1인 것에 비해 보금자리지구는 시범지구와 위례신도시를 제외하고는 경쟁률이 이보다 낮고 2차 지구는 미달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된 2008~2011년까지 수도권 주택 분양물량 추이도 보금자리지구 인근의 민간 분양물량은 감소세가 완만한데 비해 되레 수도권 전체와 보금자리지구 이외 지역의 분양물량은 더 많이 감소해 보금자리가 민간 분양시장을 구축한다는 주장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보금자리지구의 인근 시세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시점(또는 지구지정)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강세를 보여 보금자리주택이 인근 지역의 집값 하락을 가져왔다는 지적 또한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토지주택연구원측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집값 하락, 민간 분양 위축 등의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통계적 유의미한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보금자리주택 공급보다는 추진시기가 부동산 경기 침체국면과 맞물린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택업계 "분석 결과 불만"..국토부 "정부와는 무관" = 연구원은 앞으로 수도권 보금자리지구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과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특히 '저렴주택' 공급이 일정수준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제안했다.
또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라는 공간적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의 지구지정은 일시적 개발계획이 아닌 중장기적인 수도권 개발구상 안에서 종합적·통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업계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보금자리주택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주택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 침체나 집값 하락에 경기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시세의 40~85%선에 공급된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대기수요가 발생한 것도 사실"이라며 "통계상 반영되지 못하더라도 민간 분양시장을위협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도 "보금자리 바로 인근에 비교 대상 아파트가 적고 분양물량도 많지 않아 집값, 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미친 영향까지 통계로 지수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해 보금자리주택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는 LH의 분석 결과에 대해 "자체 평가일 뿐 정부와는 무관하다"며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이와 별개로 현재 주택산업연구원을 통해서 보금자리주택 정책 효과를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주택시장 침체에 원인 제공을 했는지, 주택 매수 관망세에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공공분양주택 공급이 거주형태와 규모 상향등 주거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한다. 용역 결과는 올해 말께 나온다. /연합뉴스
"보금자리주택 공급, 대도시권 과밀 심화"
LH 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그린벨트 해제로 시가화 확산"
"민간부분 공급 위축·집값 하락 주장은 근거 없어"
입력 2012-09-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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