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24일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동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동아시아 3국간의 경제협력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날 회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합의는 내년 1월부터 3국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한 점이다.
 3국 정상들은 이를 위해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의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 일본의 총합연구개발기구(NRIA) 등 연구기관을 지정, 첫 과제로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의 3국간 무역·투자문제를 연구키로 했다.
 또 정보화 시대에 공동대비하기 위해 3국의 국장급 전문가 그룹을 구성,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한·일 IT(정보기술) 협력 이니셔티브'를 한·중·일 3국으로 확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미 유럽과 북미에서는 EU(유럽연합)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란 배타적 경제협력체가 형성돼있고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가 있지만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블록'은 그동안 경제발전 단계의 차이 등으로 인해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급성장속에 GDP(국내총생산) 등 경제규모나 수출입등에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3국이 경제협력을 본격화할 경우 북미와 유럽에 이은 '3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며 향후 추이에 관심을 쏟고 있다.
 작년을 기준으로 이들 3국의 GDP는 일본 4조3천702억달러, 중국 9천973억달러,한국 4천167억달러 등 총 5조7천여억달러 규모에 달하며 수출은 1조달러, 수입은 8천400억달러로 대규모 경제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3국 정상들이 내년부터 무역·투자 부문의 협력방안을 연구해 각국 정상들에게 보고토록 한 것은 향후 '동아시아 경제협력체'가 출범할 수 있는밀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국 정상들은 이와함께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한자(漢字) 문화권이라는 특수관계인 점을 살려 월드컵이 개최되는 2002년을 한·중·일 3국 국민교류의 해로 지정, 서울과 베이징(北京), 도쿄(東京) 등 3국 수도간 교류를 확대하고 청년지도자간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또 3국간 환경정보 네트워크를 구성, 환경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도모하기로 한 것은 중국의 황사 피해나 해양·수질오염 방지 등을 위한 본격적인 협력의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 메콩강 유역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키로한 것은 3국이 역외 공동진출에도 보조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협력의 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국 정상들은 이같은 회동이 매우 유익하고 3국간 우호협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회동을 해마다 정례화, 당분간 비정치분야의 협력을 지향해나가기로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