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병상 규모의 용인의 한 병원이 방사선사로 하여금 초음파 검진 및 판독을 수행토록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용인 다보스병원 종합건강증진센터는 지난 2년간 방사선사가 복부 자궁 갑상선 전립선 등의 초음파 검사의 판독과 소견 작성까지 하루 평균 30명꼴로 해왔다는 것이다.

CT나 MRI의 경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추후에 판독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음파검사는 검사와 진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초음파 불법 판독 행위가 과연 이 병원에서만 이뤄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근 각광을 받으면서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의를 구하지 못한 다른 병원들도 이같은 사례들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의료계의 내부 문제로 불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 부도덕한 것은 판독 및 소견서를 이 병원의 이사장이 직접 수행한 것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생명을 다루고 질병의 원인을 찾는 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을 이처럼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병원측은 이같은 사실을 솔직히 시인했다. 연봉이 높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병원 내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건강검진 결과를 최종 판단하기에 검진에 대한 의학적 신뢰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애매모호한 해명이다. 여기서는 건강검진 결과보다는 초음파의 검진과 판독이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토록 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정확한 판독과 진단만이 환자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길이기에 그렇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몸값이 요즘 천정부지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매년 3천여명을 뽑는 전문의 시험에 영상의학과는 120명 수준이다. 전체 영상의학과 전문의 중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1천500여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니 중소 병원의 경우 인력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때 용인 다보스병원 이외에 다른 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판단된다. 의술은 인술이다. 병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도 대책마련에 나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