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안철수 중 누가 더 좋으냐고 묻는 건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으냐고 묻는 것과 같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시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박 시장의 고민을 잘 보여주는 답변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이 지난 19일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힘으로써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 원장의 삼각구도로대선이 치러질지, 안 원장과 문 후보가 단일화를 할지 등이 가장 큰 관심사다.
특히 범야권 후보로 당선된 박 시장이 향후 대선 과정에서 야권의 중추적 인물 중 한 명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안 원장과 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거나 선거에 관여하거나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안 원장과 문 후보와의 인연이 크다.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성공한 덕분에 5%의 지지율이 50%까지 올라 당선됐다.
안 원장은 선거운동 기간 박 시장이 여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릴 때에는 시민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편지를 공개석상에서 읽어 지지율을 지키는 데 도움을주기도 했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 데 있어 안 원장의 결정적인 도움을 여러 번 받은 셈이다.
안 원장 역시 이번에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앞둔 지난 13일 박 시장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으로서는 그렇지만 문 후보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할 입장이다.
문 후보는 지난해 시장 선거 때 함께 유세차를 타고 서울 곳곳을 돌며 시민에게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또 민주통합당 등 야권 인사 전체가 당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박 시장의 당선을 위해 뛰었기 때문에 박 시장은 결국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박 시장이 민주통합당의 대선 주자인 문 후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박 시장이 안 원장과 문 후보는 물론 어느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선거법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58조에 따라 서울시장은 선거운동은 물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도 할 수 없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0일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사나 의견개진은 괜찮지만 의도를 가지고 SNS에 '누가 됐으면 좋겠다'고 올리는 등의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선거법과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 대선 전망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박 시장은 19일 안 원장의 출마회견에 대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고 관심을 표하면서도 "문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도 공감됐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단일화 전망에 대해서도 "나로서는 어디 편들기가 쉽진 않다"며 "선의의 경쟁이두 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합뉴스
박원순 속앓이?…安도 文도 공개지지 불가
시장선거 도움 받았지만 선거법 중립 의무 따라야
입력 2012-09-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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