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새 인생을 살고 싶다는 절도범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택배 운전기사였던 김모(36)씨는 지난 4월 서울 구로구에서 주차된 다른 회사 택배차에 몰래 탔다. 이 차의 운전 기사가 열쇠를 꽂아놓고 배달하러 간 뒤였다.

   김씨는 400만원어치의 물품이 실린 차량을 운전해 달렸다. 하지만 20분쯤 지나 길가에 주차된 소형 봉고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결국 절도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약 5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던 김씨는 구치소에서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 진료를 받으며 새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세웠다.

   이에 서울남부지법 형사2부(이성구 부장판사)는 20일 김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75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가 "사회에 기댈 곳이 없어 '교도소에라도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으며, 항소심 재판부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던 김씨가 충동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를 곁에서 지켜봐온 구치소 직원 이모씨가 항소심 법정에 출석해 "김씨가 새로운 인생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진술한 것도 재판부의 판단에 한 몫을 했다.

   재판부는 "피해 물품을 모두 되찾았고 도로주행법위반으로 인한 피해도 크지 않다"며 "김씨의 어려운 사정과 주변인 진술 등에 비춰 강제 교화보다는 생업에 종사하며 건전한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기회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