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관문'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초라하다. 세계적인 국제항을 꿈꾸며 경기도와 평택시가 2001년 공동 투자한 지 12년. 당시 여객터미널은 하루 이용인원 400명을 감안해 총사업비 63억원을 들여 3만㎡부지에 7천259㎡ 규모로 지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하루 이용객 최대 2천500명이 이용하지만 터미널의 모습은 12년전 그대로다. 평택항 여객부두와 국제여객터미널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이제는 국가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심각한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평택항은 2개 선석에서 중국의 룽청·롄윈·웨이하이·르자오 등 4개의 정기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이중 3개 항로가 동시에 접안하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은 여객부두가 카페리 여객선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히다.

터미널 내에는 환전소는커녕 응급약을 살수 있는 약국조차 없다. 이러다보니 터미널 내에 있는 20석 규모의 작은 식당과 매점은 2천500명의 이용객으로 북적거린다. 여객부두 주변지역이 항만구역으로 지정돼 상업시설이 자리 잡지 못한 터미널 주변 상황은 더 끔찍하다.

이용객의 절반은 중국인이 차지하지만 관광안내소도 없다. 중국어 관광 안내표지판도 찾기 어렵다. 터미널 주변에서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택시승강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기도 평택항국제터미널의 실제 모습이다.

중국인들 입에서 '터미널이 아니라 바닷가 외딴섬'이라는 조롱섞인 지적도 나온다. 삶의 질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이런 평택항을 다시 찾아오고 싶어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지금같은 열악한 환경으로 평택항이 부산항, 인천항과 경쟁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항만 시설을 확충하고 주변 부대시설을 늘려야 평택항이 살 수 있지만 평택시만 애가 탈뿐 경기도도 정부도 선뜻 나서 대책을 마련할 기미는 없다.

평택항의 주 이용객은 중국인들이다.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일관계 냉각으로 이번 춘절을 맞아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쓰고 가는 돈 역시 매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평택항이 변하지 않으면 그들은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무관심에 평택항이 '낡은 항'으로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