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박 후보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5·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기구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말도 많았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단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도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5·16과 유신에 대해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스스로 인정한 점을 들어 전향적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것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가 정치하는 게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국민 대통합 시대를 열기 위한 것이라면 보다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떻든 이번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최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아버지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면에 대해 정면 돌파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야당과 세간의 공격에 대해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박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분리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임에도 '박정희의 딸'이 아닌 '대선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진일보해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을 넘어 과오를 인정했다는데서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박 후보의 이번 역사인식의 전환은 한국 역사의 어두웠던 일면들을 청산하려는 커다란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암울했던 과거사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는 그동안 부친에 대한 업적과 그늘 사이에서 고뇌해오던 것에 대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국민들은 박 후보의 사과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를 계속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아버지 딸'이 아닌 진정한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