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23일 전국의 사창가와 유흥가가 일시에 철퇴를 맞았다. '성매매 특별법'이 이날부터 발효되면서 정부가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업소뿐 아니라 이용객들도 처벌돼 파급강도가 매우 컸다.
성매매 종사자들은 아우성을 쳤고 돈으로 성을 사던 남성들도 단속될까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성문화의 대대적인 개선을 기대하며 환영했다. 당시 국내의 성매매는 사창가를 비롯, 룸살롱(단란주점)·이발소·안마시술소 등 거리에서 한번 둘러보면 쉽게 눈에 띌 정도로 많았던 게 사실이다.
올해로 이 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됐다. 그러나 성매매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성매매가 오피스텔 등 주택가로 침투했고, 노래방은 물론 노래빠·전화방, 최근에는 립다방·영상제작실 등에 이르기까지 명칭마저 애매한 변종업소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카페, SNS를 통해 비밀리에 회원제로 운영되는 성매매는 단속조차 힘들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5만1천575명이던 성매매사범은 지난해 2만6천13명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는 집창촌 축소로 합동단속 등이 줄어든데 따른 것일뿐 오히려 단속이 어려운 음지의 성매매가 활성화된 방증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매매 여성의 재활 역시 2007~2009년 사이 지원시설에서 상담치료를 받으며 사회봉사를 하도록 처리된 경우가 7.2%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서 오갈 곳 없는, 혹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한 탈북여성들의 성매매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수요가 먼저인지, 공급이 먼저인지 가늠할 수 없는 현실의 방증인 셈이다.
오죽하면 성매매특별법 당시 사창가 정리에 앞장섰던 김강자 전 총경이 최근 "법으로 강력하게 성매매를 제한하면서 그 풍선효과로 유사 변종업소들이 활개치고, 성범죄가 빈번해졌다"며 공창제의 조심스런 도입을 거론했을까.
세계의 모든 화대비를 한국남성들이 올려 놓는다는 우스갯소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의 성매매는 법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식의 왜곡된 성문화·성환경은 결국 성추행·성폭행, 심지어 살인이란 범죄와 동일선상에 있다.
정부는 성매매 여성의 자활 시스템 강화는 물론, 갈수록 음성화되는 성매매를 막기 위한 성매수 신고·포상제 등 다양한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성매매·성범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이젠 전향적인 제도 도입도 검토할 때가 됐다.
성매매 특별법만으론 안된다
입력 2012-09-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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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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