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아찔합니다."
지난 23일 오후 11시30분께 운전자 A씨는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한 임야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헤드라이트 빛이 하늘을 향하다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했다. 순간 차가 앞으로 기우는 느낌을 받은 A씨는 황급히 브레이크를 채운 후 차에서 내렸다. 이어 자신의 눈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차량 앞부분이 5m 깊이의 구덩이를 향해 앞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 ┃사진
뒷바퀴가 들릴 정도였다. 하마터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견인차량이 도착해서야 A씨는 겨우 사고현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A씨는 처음에는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안내한 것으로 생각하고 해당 회사에 항의하는 한편,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는 자신의 운전행태에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러나 실제는 그게 아니었다. 사고지점은 지난 7월 토지 소유주 B씨가 수지구청으로부터 개발허가를 받고 소매점을 짓기 위해 현재 부지조성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다.
비포장도로 중간을 끊고 공사판을 벌여 놓고도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펜스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사고지점 반대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A씨는 "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며 수지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수지구는 지난 주말에 사고가 벌어졌는데도 방치하고 있다가 취재가 들어가자 26일 오후에서야 부랴부랴 현장을 방문, 해당 건설사에 28일까지 안전펜스를 설치하라고 구두와 공문으로 통보했다. 구는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고발키로 했다.
수지구 관계자는 "사고차량이 진입한 방향 쪽에 공사장으로 연결되는 출입문이 하나 있는데 인부들이 문을 잠그지 않은 것 같다"며 "공사현장 주변에 안전펜스를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홍정표·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