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대선판이 또 요동을 치고 있다. 추석 민심은 그동안의 관례에 비추어 볼때 대선정국의 중요한 변수였다.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대선은 온 가족의 주요 이야깃거리였고 여기서 민심의 향방이 결정나곤 했다.

추석 직전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를, 문재인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의 호남 홀대를, 안철수 후보 역시 부동산 다운계약서 논란에 대해 부랴부랴 사과 한 것도 모두 추석 민심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제 추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대선정국이 펼쳐졌다. 추석후 여론조사에서 공교롭게 세 후보 지지율이 초박빙의 대결을 보이고 있다. 선두를 유지하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약간 하락하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한 가운데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상승했다.

말 그대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막상막하다. 우리는 그동안 지지율이 지금처럼 치열해질 경우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검증'이라고 하고 받는 쪽은 '네거티브'라고 할 정도로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는 아주 애매모호하다.

그러나 검증이라는 미명아래 의혹을 제기하려면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친 후 공표해야 한다.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이 폭로한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문제는 훗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대선의 향방을 완전히 바꿔 놓았었다. 그후 집권한 측에서도 이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의혹을 풍선처럼 부풀려 제기한 언론들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면에서 언론의 책임도 묵과할 수 없다. 어제 안 후보 측에서 박사논문 표절의혹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고 나선 것도 네거티브 공세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네거티브 공세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각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을 유지할 경우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확인 안된 흑색선전이 선거판을 더럽힐 가능성이 높다.

만일 터무니 없는 흑색선전에 민심의 향방이 바뀌어 선거 당락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에게 매우 불행하고 슬픈 일이다. 각 후보진영은 터무니 없는 네거티브로 정권을 가져갈 요행을 바란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흑색선전에 농락당할 정도로 더이상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