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인일보의 연재 기획 보도로 드러난 '영상물 제작실'의 영업 행태는 우리 사회의 탈·불법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흥업계의 편법, 변칙영업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관련 법을 악용하는 것도 모자라 법을 버젓이 농락하는 업주들의 수법과 의식은 충격에 가깝다.

과거 성매매업소에 대한 당국의 대대적 단속이 각종 유사 성행위업소 성행으로 이어지며 이른바 풍선효과를 불렀듯, 영상물제작실 또한 노래방의 불법 영업에 대한 규제에서 고개를 든 파생물이라 할 수 있다. 노래방에서 술과 도우미를 제공하는 행위가 무거운 처벌을 받게되자 '음반·음악영상물 제작업'을 교묘히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음반·음악영상물제작업은 간단한 영상제작기기만 구비해 놓으면 별도의 인허가없이도 영업할 수 있는 일종의 자유업이다. 그러나 '슈퍼스타K'나 'K-POP스타'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타고 개인의 영상물 제작행위가 늘어나면서 이 업종이 일부 악덕업자들에게 악용되기 시작했다. 술은 업소 내부에 별도로 차려놓은 '소매점'을 통하면 되고, 여성 도우미는 영상물 제작을 도와주는 '코러스'로 둔갑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까다롭지 않은 개별법 절차들을 짜깁기해 합법이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꼼수들이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법은 졸지에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이 나라에서 합법의 이름으로 하지 못할 짓이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당국의 대응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전국 시·도에 노래연습장의 변칙영업 행위에 대해 단속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 노래영상제작업으로 신고한뒤 반주기기를 설치해 변칙영업을 할 경우 폐쇄조치를 하고 관할 경찰서에 통보하라는 지침도 내려보냈다. 그러나 정작 법 개정은 차일피일 미루다 변칙업소들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드는 빌미만 제공하게 됐다.

경인일보의 보도후 문화관광부는 부랴부랴 전국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받아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고 경찰과 지자체도 실태조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각 시·군별로 기껏해야 1명 정도의 담당 공무원만 배치돼 있는 상황에서 법개정 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뛰는 법위에 나는 탈·불법' 타령을 늘어놓지 않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경찰, 국세청 등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공조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