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동탄면 중리 일대 주민과 대책위원회가 도로 개설 변경 및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동탄 제2신도시 개발에 따라 이 지역을 통과하도록 계획된 도로가 마을과 유적지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국가지원 지방도 84호선과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계획돼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한 천년고찰 만의사와 사회복지법인 청려수련원의 앞 뒤로 도로가 통과하게 됨에 따라 소음과 경관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중리 주민대책위원회와 함께 도로 선형 변경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중리 마을은 이들 두 개 도로 노선을 연결하는 인터체인지 공사로 인해 두 개의 마을로 나뉘게 됐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회군을 논의했다는 천년고찰 만의사는 대문 안 쪽으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고가로 지나가게 되고, 청려수련원은 앞 뒤로 2개 노선이 교차해 통과한다는 것이다.

마을 중심부에 인터체인지가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열악해지는 것은 물론 마을 자체가 산산조각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의사의 경우 신도들과 함께 종교탄압까지 거론하는 상태다.

우리는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이같은 문제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분당 일산 산본 중동 평촌 등 5개 신도시 건설을 시작으로 영통 동탄 광교 등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수 많은 택지개발을 하면서 천년 이상 내려오는 조상들의 숨결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개발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기반시설을 조성하면서 마을의 형태를 최대한 보존하고, 유적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기본이다. 경제적인 논리와 주변 여건을 내세운다면 아예 개발 자체를 포기했어야 마땅하다.

어려서의 추억이 서린 곳, 마음의 영원한 고향이 없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여우도 죽으면서 고향 언덕 쪽에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이라는 말도 있다. 인터넷 카페를 들여다 보면 신도시 건설로 사라지는 고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놓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국토해양부와 LH 쪽의 말로는 민간 사업자가 제안한 노선으로 아직 확정된 도로의 선형은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섰다. 계획 변경의 여지는 있는 만큼 사업시행자 LH는 이같은 점들을 감안해 마을과 문화재 보존에 최선을 다하는 방향으로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