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어린천사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군 마도면 궁평리 씨랜드 화재는 행정기관의 형식적인 관리감독과 취약한 건물구조,소방시설 미비,인솔교사들의 안일함등이 겹쳐 발생한 예견된 사고였다.

형식적인 관리감독:화성군은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붙인 이 건물을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조,조적조라며 지난해 12월 10일 건축물 대장에 등재시켰다.

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 수련의 집」으로 분류되는 씨랜드는 지난3월 등록 당시 숙박정원을 5백명으로 신고했으나 1개월뒤인 4월20일에는 정원을 630명으로 늘렸다.규정대로 한다면 1_3급 청소년 지도사를 각각 1명씩 총 3명을 두어야하지만 2명밖에 없었다.

이런데도 화성군은 「지도사는 2명이면 되는 줄 알고 허가를 해줬고 감리를 맡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이상이 없다고 보고해 서류검토를 거쳐 허가를 했다」는 안일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취약한 건물구조;건축물대장등에는 씨랜드의 숙박동이 철근콘크리트조로 등록돼 있으나 현장을 확인해본결과 컨테이너 박스를 2층으로 쌓은뒤 합판을잇댄,부실건축물 수준도 아닌 엉터리인것으로 확인됐다.

내부는 스티로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판넬로 마감을 했고 화재방지를 위한석고 보드등은 아예 설치돼 있지도 않았다.샌드위치 판넬은 화재에 취약해불이 붙으면 짙은 유독성 가스를 내뿜는다.

건물내부 전체가 불에 타기쉬운 재료들로만 이뤄지다보니 한번 불이 붙으면 꺼지기가 힘들고 쉽게 누머져 내릴수밖에 없다.숨진 어린이들중 상당수가 질식이나 압사로 숨진것도 이때문이다.

소방설비 미비:허술한 소방설비도 인명피해를 늘리는데 한몫했다.신고서에는 14개의 소화기와 화재 자동탐지설비 6곳,비상경보등 유도등이 있다고돼있지만 화재당시 작동된건 아무것도 없다.비치된 소화기 역시 대부분 불량으로 사용할수조차 없는것들이었다.

조립식 가건물이다보니 건물 양측에만 비상계단이 좁게 설치돼 있는것도 비상사태시 대피할수 있는 여지를 좁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산소방서 남양파출소는 지난2월 19일의 검사에서 이런 문제들에대해 지적을 하지 않았다.검사결과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것이었고 교육등 단순한 지도점검만이 필요한것으로 돼 있다.

안전관리자가 없었던것도 사고를 확대시키는 원인이 됐다.관련법규에는 집단숙박시설의 경우 화재등 비상시를 대비해 안전관리자를 두도록 돼있는데도씨랜드측은 안전관리자 없이 운영을 해왔다.

인솔교사들의 안일한 대응:화재발생 당시 301호실에는 반드시 함께 있어야할 지도교사가 없었다.

소망유치원의 일부교사는 다른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또다른 일부는 운동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애들 생각은 뒷전으로 미뤘다.애들이 집단으로 숙식하면 형식적이라도 두어야만 하는 야간 순시나 불침번도 없어 교사들이 사고대비에 얼마나 안일했었는지를 보여줬다.

단 한사람의 인솔교사라도 애들과 함께 있어주고 술에취해 비틀거릴지라도순찰을 했다면 한방에서 자던 어린이 대부분이 죽는 참사는 없었을것이라는것이 현장목격자들의 얘기다.

현장접근의 문제:사고가 난 씨랜드는 오산소방서와는 70㎞ 남양파출소와는 30㎞이상 떨어져 있다.도로 역시 씨랜드 입구 2_3㎞가 차량한대가 겨우 통과할수 있을정도로 비좁은데다 비포장이어서 소방차량의 진입이 어려울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이곳에 집단숙박시설이 허가가 났다.관련법규는 무시됐고 현장확인같은 번거로운 절차는 과감히 생략됐다.

자율을 강조하다보니 관은 관대로 느슨해졌고 업주는 돈벌이에만 급급해 안전은 뒷전이었다.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권한과 관련자들의 총체적 무능과 무관심,'설마 무슨일이야..'하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채 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을 하늘로 날려 버렸다./임시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