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발사 예정시간 약 5시간을 앞두고 발사가 중단됐다. 러시아 측이 제작한 1단부와 발사대의 연결 부위(헬륨가스 주입부)인 '실(sealㆍ밀봉)'에 균열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우주 진출 꿈이 또다시 미뤄지게 된 것이다.

고무링 모양의 실은 러시아에서 만든 것으로 엄지 손톱 크기의 작은 부품이다. 이 작은 부품 하나가 국민들이 고대하던 우주 발사의 꿈을 잠시 접게 만들었다. 발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발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나로호 발사 중단으로 우리와 러시아간에 진행되고 있는 '소형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발사를 위해 2004년 9월 러시아와 '한ㆍ러 우주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하고 1단 로켓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하지만 2006년 10월 '한ㆍ러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을 체결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한ㆍ러 간 우주개발 협정에 제동이 걸렸다. TSA 협정 이후 기술 유출에 대한 감시가 시작돼 한ㆍ러 간 연구자들의 협력 분위기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협정 때문에 이번 발사 중단이 러시아가 책임지는 1단로켓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도 우리측 연구진이 러시아측과 공동조사를 할 수 없다. TSA협정 때문이다. 발사 중단 원인을 러시아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아야 알 수 있는 등 러시아와의 계약이 불평등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발사 중단으로 왜 애초에 공동 개발 파트너로 러시아를 택했는지, 러시아로부터 단순히 1단 엔진을 구매한 것인지 또는 공동 개발인지 등의 의혹들이 일고 있다. 발사체를 만든 것도, 기술을 보유하거나 이전받는 것도 아니면서 수천억원을 러시아에 주고도 발사일 결정도, 발사연기도, 기술적 결함 해결도 러시아만 쳐다봐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 땅에서 러시아산 로켓을 쏘아올리는 의미밖에 없다는 회의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기술약소국의 설움을 톡톡히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주 강국'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전략적 고려를 할 때가 됐다. 우주개발에 대한 기초없이 '조급증'때문에 러시아에 기대어 발사체 자력개발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모든 기술 개발이 그렇듯 성과는 든 비용과 노력만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