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국내 공공기관의 임원 공개모집이 '정권말기'의 영향을 받아 지지부진하다. 정권 말에 임원이 됐다 대선 이후 자리보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 탓에 적격자들이 지원하지 않은 채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기관에선 마땅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재공모를 반복하면서 임원 공석이 장기화돼 업무차질도 우려된다.
올해 1월부터 지난 28일 기준 사장이나 이사, 감사 등 임원직 공모를 낸 기관은 73곳으로, 이 가운데 12곳은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얼마 전 비상임이사 2명을 공모했지만 적합한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아 지난 9월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마사회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인원의 3배수를 추려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한 인원이 5명에 그쳐 공모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1차 공모에서는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가 많아 부득이 재공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공사도 상임이사 3명을 뽑는 공모 절차를 진행했지만 평가 기준에 적합한 외부지원자가 없어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다시 공고를 냈다.
한수원은 사장직 또한 1차 공모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뒤늦게 재공모 절차를 거친 끝에 가까스로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특히 예금보험공사 사장 자리에는 1차 후보자 접수 당시 지원자가 '1명'에 그쳤고, 재공모 과정에서도 마땅한 유력 인사들이 지원하지 않아 선임 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밖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도 사장직을 뽑는데 1차 후보자 접수 당시 지원자가 5명밖에 없어 재공모로 4명을 추가 모집했으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8월 비상임이사 2명을 공모할 당시 기존 이사 한 명이 개인 신상을 이유로 갑작스레 사임해 우여곡절 끝에 추가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일부 기관에선 여전히 낙하산 인사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정권말기가 되면 사장은 물론, 임원직 공모에 선뜻 손을 내미는 유력 인사들이 적은 편"이라며 "지원자들은 대선이 끝나고 정권이 바뀔 경우 기존의 직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선 과정에서의 보은인사 탓에 낙하산에 밀려나는 경우도 계산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