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측이 다급해진 모양이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 안철수 후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단일화 문제를 들고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은 30일 "단일화 논의를 더 늦출 수 없다"며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에 '단일화 협상'을 공식 제안했다.
문 후보측 우상호 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단일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곧 11월 초가 된다"며 "언제까지 단일화 논의를 늦추겠다는 것인지 안 후보 측에 공식 질문한다"고 밝혔다.
우 단장은 또 "후보등록(11월25∼26일) 전 단일화를 하려면 11월 중순까지는 단일화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합의를 진행하고 실행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늦어도 다음 주부터는 구체적 협상이 진행돼야 등록 전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측은 여유만만한 입장이다. 아직은 아쉬울 게 없다는 것이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정권 교체와 정치혁신을 바라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가겠다. 큰 방향에서 국민이 결정해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다. 심지어 박 본부장은 "10월의 마지막 밤도 안 지났다"고 말해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이 불과 50일 남았지만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이겨 본 적이 없으니 답답하고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대결보다 단일화를 이번 대선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처럼 보이는 문 후보측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어디에 대선 50일을 남겨두고 단일화에 골몰하는 나라가 있는가. 문 후보측이 단일화에 안달스러움을 보일때마다 국민들이 피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문 후보는 정책과 비전, 정치쇄신으로 안후보와의 근접을 시도했어야 했다.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명분 아래 대선을 '단일화 프레임'으로 끌고가면서 스스로 자충수를 두었다. 문후보에 대한 적극 지지층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꾸준히 제시하면서 안 후보와 차별화를 두는 것이 단일화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저자세로는 단일화에 대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까 걱정이 앞선다. 안 후보측은 생각보다 강하고 기성 정치인들의 수보다 높은 프로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조급한 문재인, 느긋한 안철수, 피곤한 국민
입력 2012-10-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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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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