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돌아다녀도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드는 사람이 없어요."

영업용 택시의 불황이 장기화 되고 있다. 택시 운전사들은 지난 추석을 기점으로 줄어든 승객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31일 오후 7시께 수원시 영통구청앞 택시 정류장. 하루 중 가장 바쁘게 움직일 시간대이지만 구청앞 도로에 늘어선 택시 행렬은 100여m 넘게 이어졌다. 승객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몇몇 택시운전사는 시동을 끄고 나와 줄담배를 피워댔다.

30분이 지나 승객을 태운 택시 몇대가 빠져 나갔다. 그러나 빠진 만큼 꽁무니에 택시들이 늘어서 있어 택시 행렬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불경기가 장기화 되면서 퇴근길은 물론 출근길에도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늘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법인 택시 운전사들은 사납금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꽁꽁 얼어 붙은 경기를 원망하고 있다. 5년 전부터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는 강모(46)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는 처음 본다"며 한숨부터 지었다.

올해로 5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는 최모(40)씨는 "8시간 정도 운행하면 6만5천~7만3천원 가량을 버는데 LPG값과 밥값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10시간 이상씩 운행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비가 와도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안양의 택시 기사 김모(48)씨는 "개인택시 면허를 따기 위해 5년째 법인택시기사를 하고 있는데, 요즘 같아선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회사들도 죽을 맛이기는 마찬가지다. 성남의 A택시회사 관계자는 "회사 전체 매출의 30%가 줄었고 사납금을 못채우는 기사도 100명중 3~4명꼴로 있다"며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난 타개를 위해 도입한 성남의 경차택시들도 불황의 한파를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경차택시기사 김모(56)씨는 "하루 8만~9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지만 기존 택시에 비해 같은 거리를 주행했을 경우 싼 요금(1천800원)때문에 3만~5만원을 덜 버는 셈"이라며 "그렇다고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납금 채우고 하루 3만~4만원 가지고 가기가 쉽지 않다"며 하소연했다. 안양시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모범 등 개인택시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지역종합